시간이 부족하다. 체력이 부족하다. 인내심이 부족하다. 공간이 부족하다. 마음이 부족하다. 내 시간이 부족하다. 제일 부족한 것은 돈이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갖고 싶은 욕심과 갖지 못하는 간극이 불행한 마음을 낳는다고,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남들이 가진 집, 자동차, 시계, 건물, 인맥, 외모, 재능 등 그 무엇 하나 부러워하지 않았다. 연예인 누구누구가 젊은 나이에 100억 건물 매입했다는 뉴스를 보고 부럽다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 한심해했다. 그럼 너도 연예인 하지 그랬냐. 그들도 그냥 운빨로 건물주가 된 건 아니잖아. 너희들이 부러워할 이유가 없지. 나는 그렇게 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더 바라지 않으며 살아왔다.
나의 이런 마음가짐은 3년 전부터 차근차근 무너졌다.
육아는 항상 부족하다.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육아인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고, 지치지 않고 같이 놀아주고 싶고, 짜증 내지 않으며,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경험시켜주고 싶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다. 그것을 전부 하기 위해서는 돈이 부족하다. 돈이 부족하지 않으면 시간도 낼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고, 마음이 부족하지 않으며 활동 공간도 넓어진다. 그렇게 나는 자꾸 나보다 '덜 부족한 아빠'를 쳐다보게 되었다.
딸아이 친구집에 놀러 갈 때, 대화하면서 육아정보를 나눌 때, 친구들과 근황 얘기를 할 때. 단체톡에서, 놀이터에서, 공원에서, 키즈카페에서 나는 항상 나보다 덜 부족한 아빠를 찾아내고야 만다. 이건 병이다. 이름 모를 나쁜 병.
내 지인 중 나보다 훨씬 덜 부족한 아빠의 해외여행,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아이가 받는 교육과 서비스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의 부족함이 나를 먹어서 마음이 허기진다. 무언가로 허기를 달래고자 하지만,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집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를 듣는 대신에, 우리가 타는 비행기로 같이 해외에 나가고 싶다. 남이 입지 않았던 유명한 브랜드의 예쁜 새 옷을 입히고 싶다. 넓고 편안한 차를 갖고 싶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빌라가 아닌, 30평 깨끗한 아파트가 갖고 싶다. 출근 시간에 쫓겨 아침 일찍 깨우고 싶지 않다. 퇴근 시간이 늦어져 아이를 혼자 두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여기까지 부족한 나를 생각하면, 축축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런 기분이다. 깜깜하고 무겁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이 생각에 변함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에는 그 마음을 걷어버리는 에너지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지만, 내 아이를 남의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내 딸보다 어여쁜 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딸을 가진 나는 행복하다.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사랑해'라는 말을 내어 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벅찬 '사랑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더 나은 사람이, 더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었을까. 내 딸은 나를 더욱 멋진 사람이 되게 한다. 나는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육아는 항상 부족하다. 그래서 욕심이 많아진다.
네가 나의 욕심이어서 아빠는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