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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효도가 된다.

나의 아이는 어머니의 자랑이다.

by 붕어빵

나와 아내와 딸, 우리 가족은 일주일에 두어 번 어머니댁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퇴근 후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어머니 댁에 가면, 어머니께서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신다. 겨울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동태국을 끓여주셨다. 적절히 들어간 고춧가루로 빨개진 국물과 속살이 익어서 단단해진 동태 조각이 무와 각종 야채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은 나는 빠르게 두 공기 밥을 비우고 아내의 품에서 아이를 넘겨받았다. 이제야 동태국을 입에 넣은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자랑하고 싶은 맛이다."


분명 이전에도 많이 먹어보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우리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지금은 안다.

이 맛은 감히 내가 흉내 낼 수 있는 맛이 아니야.

내 아이에게 자랑하고 싶은 이 맛을 알려주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 맛을 알리가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 나도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해요."


나중에 딸아이 커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동태국을 먹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아이의 할머니가 건강해야 한다. 아빠는 따라 하지 못하니까.

딸아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 어머니가 오래 건강하셨으면 한다. 어찌 보면 불효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 나는 이것을 큰 효도라고 믿고 있다.


어머니는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기능도 사용할 줄 모르셨다. 가르쳐준다고 해도 어렵고 귀찮다고 애써 뿌리치시던 분이었다. 그런 어머니께서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카메라 기능을 배우고, 갤러리에 내가 넣어드린 손녀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신다. 아무리 매만져도 빛바랠 일이 없는 작은 화면의 디지털 데이터는 어머니의 자부심이 되었고 작은 권력이 되었다.

친구분들과의 모임에서 손녀의 사진과 영상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는 모임의 중심이 되었다. 손녀가 걷기 시작한 이야기. 손녀와 손을 잡고 걸어갔을 때 손녀와 나눈 짧은 대화. 손녀가 삐친 모습. 손녀가 닭백숙을 잘 먹다는 등 어머니의 친구분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고 사진과 영상을 보고 싶어 했다. 덕분에 어머니의 집에는 친구분들이 사준 과일과 과자가 항상 쌓여 있다.


이 모든 것은 아들네가 자주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신께서 손수 지은 밥을 아들네에게 먹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다.


전화를 받으실 때면, 누구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씀하신다.

"애들 밥 주고 있어! 손녀 왔어!"


내 아이는 어머니의 큰 자랑거리다. 나는 아이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워야 한다. 그에 맞춰 어머니도 건강해야 한다. 나의 육아는 효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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