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40개월 아침의 판타지

by 붕어빵

오전 5시. 플레이스테이션에 전원을 넣고 헤드셋을 착용한다. '삑' 소리를 내며 나의 친구 플레이스테이션은 파란색 빛을 내뿜는다. 어젯밤에 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고 자느라 피곤할만하건만 패드만 잡으면 정신이 말짱해진다.


오전 7시. 세수를 하고 토스트를 굽는다. 오늘은 햄치즈 토스트를 만들어 보자. 여유롭게 우유 한잔을 따른다. 혈압약과 당뇨약을 잊을 뻔했다. 토스트를 먹기 전에 섭취한다. 햄치즈 토스트를 먹으며 경제 신문을 펼친다. 환율이 너무 높다. 생각난 김에 휴대폰으로 주식 계좌를 확인한다. 어제도 열심히 돈을 복사했나 보다.


오전 8시. 딸아이가 왼손에는 젤리캣 토끼인형을 안고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며 뭉그적 뭉그적 아빠에게 걸어온다.

"우리 딸, 잘 잤어?"

한껏 끌어안고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뭐를 먹을까? 핫도그, 네모빵(식빵), 시리얼.

시리얼을 선택한 딸아이가 좋아하는 분홍색 숟가락으로 우유와 함께 준비해 준다. 아빠랑 먹고 싶다는 칭얼거림에 할 수 없이 무릎에 앉혀서 굳이 먹여준다.


오전 8시 30분. 침실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아이 엄마가 일어난다. 아침을 먹지 않기에 차려줄 필요는 없다. 아이가 시리얼을 다 먹었다. 그릇을 챙겨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세수를 하러 들어간다.


오전 9시. 신문을 마저 읽는 동안, 아내가 아이의 머리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있다.

"안돼. 어제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해서 아빠랑 동물원 갔다 왔지. 오늘은 어린이집에 가야 해."

아이를 겨우 달래고 손잡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벌써 다 왔다. 아이를 꼭 끌어안고 오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다. 멘토스 한알을 주며 검지를 입에 댄다.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씨익 웃으며 아빠의 손가락을 따라 하는 모습이 앙증맞다.




여기까지 상상하면 회사에 도착한다. 언제나 상상은 즐겁다. 매일 아침 시간에 쫓기고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나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나의 판타지를 만들어 놓고 머릿속에서 재생시켜 놓으면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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