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2022년,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 부슬비가 내리던 평일의 아침.
사제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사제관의 현관문 너머로 다급한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전에 방에서 나온 나는 다급해 보이는 아주머니를 위해 빠르게 문을 열어드렸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드리며 생각했다.
'매주 주일 미사에 오시는 분이었던가?"
아주머니의 얼굴이 낯설었다.
아주머니는 약간 당황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서는 본인은 성당 바로 옆 골목길에 사신다며, 매주 미사에 나오시는 한 형제님의 아내분이라고 설명하셨다. 그러고는 이어서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릴 사항이 있어서 왔어요. 제가 뭘 좀 가져왔는데..."
아주머니는 우비 안에 품고 계신 무언가를 나에게 보여주셨다.
흰색과 검은색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동그란 물체였다. 크기는 작고 부드럽게 생긴 무언가였다.
아주머니는 아주 천천히 꺼내시는데 갑자기 바람과 함께 비가 세차게 내려쳤다.
"아주머니, 일단 들어오세요."
사제관에 들어와 빗물을 닦고 우비를 벗으시자 그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 작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고양이를 보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떴다.
"이 고양이를 왜...?"
나의 고민이 내 얼굴에 비쳤는지, 아주머니는 이어서 말했다.
"길 건너편 차 아래에 뭐가 있길래 봤는데, 얘가 혼자 웅크리고 있더라고요. 아직 새끼라서 엄마 고양이의 도움이 필요할 때일 텐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얘 혼자 덩그러니 있었어요. 제 집에는 이미 두 마리 큰 고양이들이 오래전부터 살아서 새로운 고양이를 키우긴 어려울 것 같고... 어떻게 하는 편이 좋을지 생각하다가 사제관 생각이 났어요. 신부님들이라면 동물들을 잘 보살펴주실 것 같아서요."
아주머니의 설명을 들으며, 이 아주머니를 어디서 보았는지 생각이 났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1년에 두세 번 정도... 성탄과 부활절 정도에만 미사에 나오시는 자매님이셨다. 매주 성당에 오지 않으시지만, 작은 고양이를 통해서 사제관과 성당에 오랜만에 들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의 설명을 들은 후. 나는 우선 '감사하다'는 대답을 드렸다. 물끄러미 이 작은 고양이를 바라보니, 이 친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사제관 구석에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쓰지 않는 천을 잘라서 이 새끼 고양이가 잠깐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자매님께 차를 대접하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양이는 넓게 깔린 천 위로 몸을 눕히기 힘들어 보였다. 그 위에 앉아있긴 했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매님은 고양이를 키울 수 있으시겠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이 사제관에 혼자가 아니라 다른 세 명의 신부님들과 공동 사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결정할 수 없어서 다른 신부님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일단은 결정될 동안 며칠간은 사제관에 있어야 했으므로, 고양이를 키울 도구들이 필요했다. 자매님은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어떤 물품들이 필요한지 알려주셨다.
다행히 그날 오전은 특별한 공동체 일정 없이 개인 업무만 있는 날이라서 외출이 가능한 날이었다. 동료 신부님들께 허락을 받고 나는 마트에 갔다.
내 생애 처음으로 고양이 코너에 갔다. 나는 어린 시절 열네 마리의 강아지를 키웠지만, 고양이는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세 신부님들도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전무했다. 나는 고양이 사료와 간식, 장난감, 집과 화장실을 구입하고 다시 사제관으로 돌아왔다. 고양이의 이름은 '나비'로 짓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를 부르는 가장 쉬운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발음하기도 쉬웠다.
새 집과 화장실, 밥그릇을 본 나비는 '이게 뭔가?' 싶은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작은 몸집에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표현을 다 할 줄 아는 것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추임새가 나왔다. "귀여워!"
그리고 나비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나비는 줄곧 풀썩 새 집에 들어가 쓰러지더니 꿀잠을 잤다.
오후가 되어 모든 동료 신부님들에게 나비가 사제관에 오게 된 소식을 알렸다. 신부님들 모두 함께 키울지 고민해 보기로 했고,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다행히도 함께 키우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새 고양이는 예상치 못하게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선물'이었다.
이 글을 빌어 주인을 잃거나 예기치 못하게 혼자 지내는 가여운 고양이와 모든 동물들을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