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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너머 (1)] 첫 성탄 전야 미사

by 고미사

2022년 12월 24일,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

나는 프랑스의 여러 성당에서 사목을 하고 있는 새 사제였다.

이미 프랑스에 온 지 6년. 수도회의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며 신학 공부를 하고, 부제서품과 사제서품을 받았다. 사제 서품을 받고 처음으로 맞이한 성탄 전야 미사는 감격스러웠고,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우리 수도회 형제들이 사목하고 있는 성당이 여러 개인 관계로, 각 신부님들은 흩어져서 여러 대의 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동료 신부님들과 상의하여 내가 가게 된 성당은 세 군데였다. 오후 다섯 시, 일곱 시 그리고 열한 시에 각각 다른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전야미사를 드리러 간 곳은 미사 전에 초등부 교리반 아이들의 '예수님의 탄생' 연극 공연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서로 살그머니 장난을 치며 연극에 임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순수해 보이고 또 그 자체로 하느님이 정말 많이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프랑스 아이들이나 우리나라 아이들이나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이들의 믿음은 말 그대로 '순수한 믿음'이 아닐까. 논리적인 해석이나 살아온 경험에 의지하기보다 배운 대로 믿는 그 순수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처럼 느껴졌다.

연극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미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자그마한 아기 예수님 동상을 가슴에 안고 입당 행렬을 했다. 아기 예수님을 구유 안에 모시고 분향을 하며 기도를 드렸다. 이 구유 안에 오신 것처럼 우리 모두, 각자의 마음속에도 친히 오셔서 우리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앞으로의 일상에 지혜를 달라고 청하였다.


사람이란... 그렇다. 여러 가지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들에 부딪혀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앎에도 다른 길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현실적인 이유'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아시는 하느님께서 다 헤아려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대한 큰 죄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미사 초반에 아기 예수님을 구유에 모시는 예식 이외에 성탄 전야 미사는 다른 미사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같은 미사 순서 안에서 '예수님이 구유 안에 오셨듯이 우리 마음속에도 오신다'는 믿음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첫 번째 미사를 마치고 나서는 쉴 틈도 없이 바로 두 번째 미사 장소로 이동했다.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두 번째 미사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이동해서 늦지 않게 세 곳 모두에서 무사히 성탄 전야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미사는 밤 열한 시에 거행되었다. 한 밤중인데도 많은 신자분들이 참석하셨다. 졸려도 눈에 힘을 주며 예수님의 오심을 기뻐했다. 한 밤중 미사에 찾아오는 많은 분들. 이 분들은 모두 각자의 일상 안에서 하느님 체험을 하고 성당 안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가졌던 분들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지 이론 상으로 2000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오늘날 까지도 가톨릭의 믿음이 이어져 오는 것을 보면, 그동안 믿어온 많은 사람들 모두를 '증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이번 주에도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분들 모두도 예수님을 믿고 고백하는 믿음의 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빌어 어떤 종교이든 믿음을 가지고,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든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드리고자 한다.


20221224_191057.jpg 성탄 전야 미사 때 쓰인 아기 예수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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