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3월의 어느 날, 프랑스의 한 시골 성당.
곧 다가올 성주간 준비로 한창이었다.
성주간이란, 부활절을 마음으로 준비하는 부활절 전 일주일 간의 기간을 의미한다. 가톨릭에서는 이 주간을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며, 이 일주일 중에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깊게 마음에 새기는 예식을 거행한다.
특히 목요일과 금요일의 예식이 성대하게 치러지는데, 목요일 밤에는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미사를, 금요일 오후 3시경에는 예수님이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돌아가심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포함한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거행되는 중요한 예식들이었지만, 2023년의 성주 간은 나에게 특별했다. 왜냐하면, 내가 사제서품을 받고 치러지는 첫 성주 간 예식들이었기 때문이다. 늘 참석하는 입장이었다가 미사와 예식을 집전하는 자리에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떨렸다. 이 떨림을 잘 간직해서 실제 미사와 예식 때 잘 집중할 수 있는 좋은 동기로 삼으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성주간이 시작되고 목요일 밤에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만찬 미사를 무사히 거행했다. 미사 마지막에는 예수님의 성체를 성당이 아닌 다른 곳에 안치하고 하루 동안 그 앞을 지키며 기도하는 예식이 있다. 미사가 끝난 시간은 11시경이었고, 나는 예식이 무사히 끝난 것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오랜 시간 기도하며 앉아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새벽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사제관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금요일이 된 다음날 아침, 다시 묵상을 이어나갔고 오후 3시가 되어 '십자가의 길' 기도로 예식이 이어졌다. 예식이 시작되니, 전혀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이 잘 되었다. 이어진 '주님 수난 예식'에서는 예수님이 매달려 계신 큰 십자가를 성당 중앙에 모시고, 모든 신자분들이 앞으로 나와 예수님께 경의를 표하는 순서를 갖는다. 모든 신자분들이 무릎을 꿇거나 예수님 발에 입을 맞추는 등 각자의 표현 방식으로 예수님께 예의를 갖췄다. 모두 천주교 신자로서 '믿는다'라고 고백하며 살아가지만, 각자의 표현 방식은 다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이 예식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예식을 마치고 성당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한 신자분이 뒤에서 나를 부르더니 말을 건넸다.
"사랑합니다 신부님!"
나는 '표현이 참 독특하신 분이구나'라고 여기며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이어서 "감사합니다!" 라고 웃으며 대답해 드렸다.
나는 당시에 이 대화가 가져올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에 올라타고 사제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분한 음악을 들었다. 성주간 예식이 무사히 마무리된 덕분에 온몸의 힘이 나른하게 쭉 빠졌다.
성 금요일 예식도 무사히 마무리되고, 이제 내가 할 일은 토요일 밤에 거행될 '부활 성야 미사'를 잘 준비하는 일이었다. 부활 성야 미사에서는 내가 부활 찬송가(Exsultet)를 부르기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