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청년대회 1주 차
2023년 여름,
처음으로 포르투갈 리스본에 가게 되었다. 관광 목적은 아니었고,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나의 신분은 프랑스에서 사목 하는 가톨릭 사제였다. 프랑스 본당에서 프랑스 청년들과 함께 세계청년대회를 간다고 하니, 설레도 떨리는 마음이었다. 약 한 달 전부터 교구민 분들과 함께 행사 준비를 했다. 일정은 총 2주였고, 1주 차에는 프랑스에서 버스로 출발하여 스페인의 성당과 성지를 방문하며 코임브라(Coimbra), 파티마(Fatima) 성모성지까지 가는 일정이었고, 2주 차에는 리스본(Lisbon)에서 청년대회를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우리 교구에서 출발한 청년들의 인원은 약 50명이었다. 인솔하는 분들과 신부님들까지 합치면 딱 대형버스 한 대가 꽉 차는 정도였다. 출발 당일, 아침 일찍 동이 틀 무렵에 집결지였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스페인으로 출발했다. 스페인까지는 버스로 하루 종일 달려 도착했다. 시간상으로는 약 열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열 시간이 훌쩍 넘는 이동시간 때문에 버스 안에서 피곤할 법도 하지만, 청년들은 달랐다. 30분간의 묵주기도를 바치고 난 뒤, 잠깐의 쉼도 없이 바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톨릭 청년답게 생활성가를 부르다가 세계청년대회의 주제곡도 부르고, 대중가요도 흥얼거리며 지루하지 않게 버스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몇 차례 휴게소에 들러 허기를 달래기도 하고, 찌뿌둥한 몸을 움직이려 스트레칭도 했다. 어느새 루르드(Lourdes) 성모성지를 지나 스페인 국경 부근에 있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에 도착했다.
스페인 로욜라 성지 (Loyola)
첫날 잠을 청할 곳은 스페인 북쪽에 위치한 로욜라(Loyola) 성지였다. 밤에 도착하여 잠을 자고, 둘째 날에 성지를 방문했다. 로욜라 성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수도회이기도 한 '예수회'의 창설자 이냐시오(Saint Ignace) 성인의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다. 이냐시오 성인의 일생을 배울 수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고 기념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건물의 웅장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성인의 삶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프랑스에서 같은 신학교를 다닌 동기 신부들을 우연히 만나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스페인 알바 데 토르메스 (Alba De Tormes)
로욜라 성지를 떠난 뒤엔 버스로 약 5시간을 달려, 스페인 서부의 작은 도시 알바 데 토르메스(Alba De Tormes)에 도착했다. 이곳에 온 이유는 가르멜 수도원 성당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가르멜 수녀회의 데레사 성녀의 흔적이 있는 이곳은 아름다운 성전과 성화들이 인상 깊었다. 우리 교구 청년들과 함께 청년 대회에 잘 참석할 수 있길 바라는 지향을 안고 공동 미사를 봉헌했다.
스페인 살라망카(Salamanque)
셋째 날에는 알바 데 토르메스에서 약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살라망카'를 방문했다. 여름철이라서 너무나 더운 날씨였다. 매일 36도가 넘는 온도에 강한 햇빛이 쬐여졌다. 스페인의 중부와 서부의 도로는 풀과 나무가 많지 않아서 마치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느낌이었다. 황야 같은 도시를 지나 도착한 곳은 작은 언덕 동네 살라망카였다. 언덕 주변으로는 초록색 나무들이 있어 보기 좋았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를 보는 듯했다. 언덕에 오르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곳에서도 성당에 방문하고, 박물관과 대학교 내부를 보았다. 더운 날씨임에도 사람들이 꽤 있었고, 천천히 걸으며 스페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포르투갈 코임브라(Coïmbre)
다음 날,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더 달렸다. 드디어 포르투갈에 입성했다. 유럽 답게 입국심사는 따로 없이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요금소 지나듯이 그냥 지나가니 포르투갈이었다. 처음으로 도착한 포르투갈의 도시는 코임브라였다. 사람들이 많았고, 언덕도 많은 좋은 분위기의 도시로 기억한다. 이곳에서 1주간의 일정을 보냈다. 미사도 봉헌하고, 고해성사도 드리며 세계청년대회의 시작 준비를 했다. 약 20개국이 넘는 청년들이 이곳 코임브라에 집결하여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나는 코임브라에서의 첫 주차 동안 포르투갈 가정집에 다른 신부님들과 함께 하숙하며 지냈다. 집주인 포르투갈 분들은 가족 모두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를 못하시고 포르투갈어만 할 수 있으셨다. 그래서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려 열심히 대화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함께 노래하고 율동하고 기도하고, 고민을 듣고 나누는 시간들 모두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 되었다.
(2주 차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