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3년 8월,
사제였던 나는 생애 처음으로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다. 교구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스페인을 지나 포르투갈에 입성했다. 스페인을 지날 때는 여러 가톨릭 성지들도 방문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포르투갈의 첫 방문지는 코임브라였다. 코임브라에서 약 일주일간 50개국의 청년들과 함께 기도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며, 리스본에 입성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했다.
포르투갈 파티마 성모 성지
1주일이 지나고, 코임브라를 떠나 리스본으로 향했다. 리스본에 가기 전에 '파티마' 성모 성지에 방문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 시간을 가졌다. 파티마 성모 성지 중앙에는 큰 광장이 있는데, 그곳에 특별한 기도 공간이 있었다. 바로 광장 바닥에 그려진 기도 길이다. 아주 길게 광장을 가로지르는 길인데, 이 길을 따라 무릎을 꿇은 채로 걸어가는 기도 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의 무릎에는 피가 비쳤다. 게다가 8월 무렵이어서 날씨도 무척 덥고 햇빛도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기도하는 신자분들의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약 1시간가량 파티마 성지를 둘러보고 기도를 드린 뒤, 오후에 성지 광장에서 수백 명의 신부님들과 수천 명의 신자분들과 함께 단체 미사를 봉헌했다. 뜨거운 햇살과 휘몰아치는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기도 하고 얼굴이 붉게 타들어갔지만, 그 장엄한 미사의 분위기는 잊을 수 없다. 성체 분배를 하는 시간만 해도 약 30분 가까이 소요된 것으로 기억한다.
미사 후에 드디어 리스본으로 향했다. 오후 늦게 도착한 리스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세계청년대회로 인해 차량이 많고 젊은이들이 북적거려서 더 활기 있어 보였다. 첫날은 각 교구별로 숙소를 잘 잡고, 다음날부터 진행될 프로그램을 위해 편히 쉬었다.
리스본에서
우리 교구가 배정받은 숙소는 리스본 시내 중심가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40분 소요되는 곳이었다. 걸어서 버스정류장까지 10분, 버스 타고서는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세계청년대회 프로그램은 각 나라나 교구별로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우리 교구는 시내 중심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어, 매일 40분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왕복해야 했다. 신체적인 부담이 있었지만, 그래도 프로그램 안에서 활기를 얻을 수 있었다. 각 교구마다 담당하는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대해서 리더가 되어 전체 그룹을 이끄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 교구는 '교리교육'을 주제를 맡게 되어, '프랑스 그룹' (프랑스 내 30개 교구, 아프리카 내 5개 교구 등) 전체를 통솔하게 되었다. 프랑스 그룹 전체 인원은 약 만 명이었고, 우리 교구 인원은 약 40명이었다. 워낙 많은 인원을 통솔해야 하다 보니, 무대 세팅부터 마이크 세팅, 안무 세팅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우리 청년들은 긴장도 되었지만,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고, 프로그램은 큰 탈 없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프로그램 7일 중에 하루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교구 내 신부님들이나 청년들과 함께 그룹을 이루어 자유롭게 리스본 시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한 청년들의 그룹에 보호자 역할로 함께 했다. 리스본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얼마 전(2025년 12월) 사고가 있었던 리스본의 노란 트램이었다. 여러 명이 타고 싶어 했는데, 세계청년대회 기간 중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을 하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아쉬워하던 그때, 다 함께 바닷가에 갔다. 등대를 바라보고 바다에 발도 담그며 기분 전환을 했다.
그다음 날에는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교황님을 코 앞에서 뵐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멀리서 나마 미사 안에서 뵐 수 있었다. 2023년 당시에도 연로하신 모습이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셨다. 그 미소가 정말 평화로웠다.
마지막 날에는 모든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함께하는 파견 미사를 봉현 했다. 몇 십만 명의 인원이 미사에 참석해야 하는 지라, 나라별, 교구별로 미사를 드릴 장소를 나누어, 전 날부터 걸어서 해당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우리 교구가 배정받은 자리는 미사를 집전하시는 교황님이 계시는 제대에서 아주 멀었다. 제대까지 걸어서 20분이 넘게 걸렸다. 전날 오후에 도착하여 모래바닥 위에 텐트를 치고 햇빛을 피해 쉬었다. 밤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하는 '성시간'(성체를 제대 위에 모시고 사람들이 이를 바라보며 묵상하며 드리는 기도)을 봉헌했다. 성시간 후, 10시경부터 잠에 들고, 다음날 오전 4시에 일어났다. 사제들은 아침 미사 참석을 위해 일찍 제대 앞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4시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걸어서 제대 앞으로 갔다. 참석한 신부님들만 해도 아주 많았기 때문에 걸어가는데 30분이 더 걸렸다. 사제석에 앉자, 일출이 시작되었다. 리스본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미사를 기다리는 그 장관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 프랑스 신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창 프랑스 신부님들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미사가 시작되고, 미사 끝에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할 다음 나라를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든 청년들과 사제들이 기대한 가운데 울려 퍼진 한 마디:
"꼬레아"
한국이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우리나라 한국에서의 개최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사실, 발표전부터 혹시 한국이 아닐까라고 추측하긴 했지만, 진짜로 우리나라로 발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인으로서 기쁜 순간이었다. 많은 신부님들과 청년들이 2027년의 한국이 기대가 된다고 웃으며 이야기해 주었다. 수많은 세계 청년들이 2027년에 한국에서 소중한 추억을 안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리스본에서의 세계청년대회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돌아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한 번에 쭉 프랑스로 복귀하는 일정이어서 약 19시간을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잊을 수 없는 기억, 리스본에서의 추억이었다. 이 글을 빌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던 모든 청년들과 신부님들, 그리고 얼마전 리스본 트램 사고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