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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사 Nov 06. 2024

[20대 시절(7)] 노동이란 무엇인가?

노동의 가치

'휘잉~~'


수련소에 들어가는 날. 찬 바람과 함께 흰 눈이 내렸다. 도보를 마치고 일주일이 지난 후, 수련을 하기 위해 수련소에 들어갔다. 첫날 내렸던 눈을 잊을 수 없다. 1년간의 수련기간 동안 닥칠 많은 어려움들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오늘날 2024년과는 다르게, 당시 10년 전의 나는 지금에 비해 확실히 몸도 가볍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마음속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뛰어나갈 힘이 있었다. 물론 30대인 지금도 자신감과 힘이 있지만, 20대 초반에는 더 거침없었던 것 같다. 1년 수련기간동안 하는 일은 대표적으로 '노동'이었다. 휴학을 하고 기도와 노동에 집중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수련받는 곳은 한적한 시골이었고, 여러 집들이 운집한 마을도 아니었고 큰 들판이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나의 노동은 밖에서는 들판에서 밭일을 하고, 안에서는 매주 철학과 신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하고 공부를 하는 일이었다. 나의 노동이 익숙해져 갈 무렵,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 삶 안에서의 '노동'은 어떤 자리에 있을까?'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본을 얻기 위해 노동을 한다. 노동은 땀 흘려 몸으로 일하는 업무나 사무실에서 행정업무를 맡는 업무 그리고 편리함을 주는 서비스업종 업무 등 여러 가지 직종을 포괄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탄생하고 처음 노동을 시작했을 때, 노동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이었다. 사냥을 하고 밭을 일군 그 결과물로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살았다. 시간이 지나 산업혁명을 겪고 자본주의가 싹을 틔우게 되면서 인간의 노동은 삶이 아닌 '돈'이라는 수단으로 그 중심점이 이동했다. 물론 돈은 오늘날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살기 위해 필요한 살 곳(집), 먹을 것(음식), 입을 것(옷)들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대체 불가한 것과 맞바꿔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렇게 약속했고,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변화를 되짚어 보면서, 노동이 노동 자체로서 얻어지는 수고로움, 성취감, 소속감 등의 의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가톨릭에서 바라본 노동은 '하느님이 보여주신 창조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하느님 창조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노동하는 인간의 참된 모범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 회칙 [노동하는 인간] 중). 노동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A라는 노동에 대해서 돈으로 환산하여 받는 가치는 인간이 자본주의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결정한 가치일 뿐이지, 이 A라는 노동으로 인해 사람들이 흘린 땀과 눈물과 아픔과 인내의 시간들은 돈으로 대체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특히 돈에 우리 삶의 뿌리를 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어릴 때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강요당하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비롯하여 수입이 많은 곳으로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직업에 마치 빈부격차가 있는 것처럼 나누어보는 시선이 강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어느새 '노동하는 인간'이 아니라, '돈을 버는 인간'이 되어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돈에 대한 차별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함께 노동의 가치를 찾는 순간이 왔으면 한다. 나의 바람이다.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모든 직종은 각자의 소중한 자리가 있다. 경중도 없고 천대받거나 우대받아서도 안된다. 서로의 존중 안에서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모든 사람들이 노동만큼이나 쉬는 것도 소중한 것임을 인지하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노동하며 살아가길 바라본다. 


10년 전, 1년 동안 보냈던 나의 수련은 노동으로 시작해서 노동으로 끝났다.

2024년, 지금은 앞으로의 내 삶을 함께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 노동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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