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의문에 대한 답변

by 나잘스프레이

문득, 몇 달 동안 이 문장들을 적어오면서 의문이 들었다. 이토록 개인적인 말들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는 있을까. 경계 없이 흘러간다 해도 결국은 방 안을 맴도는 메아리일 뿐은 아닐까. 기울기와 시선, 서 있음의 태도, 관점이라는 몸짓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맴돌았다. 조금은 다른 면 위에 서 있다고 느낄 때마다 생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한 감각. 돌고 돌아 같은 자리를 더 짙게 밟고 있는 기분.


달라진 것은 어휘였고, 깊어진 것은 그림자였다. 낙하의 방향을 이해한 것 같았지만 떨어지는 감각은 여전했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여기서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도 깨달음과 수용은 빛처럼 번쩍이며 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나를 더 이상 부정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아주 느리게 형성될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음울하며,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의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지 않는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이 문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지금의 상태를 기록해 두는 하나의 흔적이 된다.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기록이지만, 적어도 지워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완전히 무력하지는 않다. 이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리로 다시 돌아온 듯 느껴질 때에도 나는 알고 있다. 완전히 같은 어둠은 아니라는 것을. 아주 미세한 균열이 어딘가에 생겨 있다는 것을.


그 균열이 빛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지만 완전히 막혀 있지는 않다는 것을.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다시 스스로의 목을 조이며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것은 다짐이라기보다 소진된 사람의 최소한의 선택에 가깝다. 거창하지 않고, 위로도 아니며, 다만 더 깊은 추락을 거부하고자 하는 태도.


나는 여전히 어둠 안에 있고,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아주 낮은 증거처럼 남는다. 빛이라 부르기엔 너무 희미하지만, 완전한 암흑이라고 말하기엔 어딘가가 미세하게 열려 있다. 그 열린 틈을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기울어진 채로, 그러나 완전히 쓰러지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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