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끝나지 않는 질식

by 나잘스프레이

더뻑거리는 음울에 눈물이 고이곤 한다. 울고 싶어서 우는 것도 아닌데, 울음을 멈출 이유도 찾지 못한 채 그저 눈물이라는 형태로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바라볼 뿐이다.


끝과 시작이 사실은 같은 지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여전히 나는 그 경계 앞에 멈춰 서 있다. 넘어서지 못한 마음은 시간 속에서 굳어버리고, 그 굳은 감정을 손끝으로 천천히 만져본다. 왜 이토록 무겁고, 왜 이토록 질척거리는지 알 수 없는 채로 물음도 답도 알 수 없는 채로 그대로 받아들인다.


감정의 끝이라 생각했던 곳이 다시 시작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느 방향으로 서 있어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잠시 잃는다. 끝을 맞이할 준비도, 새로 시작할 용기도 모호한 안개처럼 퍼져버린 지금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


눈물은 때로는 흐름이 아니라 멈춰버린 감정의 잔재처럼 느껴진다. 움직이지 못하는 마음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어 하면서도 그 흐름의 방향을 찾지 못해 그저 조용히 떨어질 뿐이다. 이 음울함은 나를 잠식하는 어둠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쌓여 응고된 감정들이 제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버티는 고요한 둔탁함에 가깝다. 그 둔탁한 감정을 품은 채 끝과 시작 사이에 놓인 좁은 틈을 조용히 넘어서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멈춰버린 현재에 머문다. 끝나지 않는 질식처럼.


넘어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결단하고, 정리하고, 맞이해야 한다는 뜻인데 지금의 나는 그 어떤 감정의 모양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다. 결국, 끝과 시작의 경계는 나를 향해 열려 있으면서도 내가 닿을 수 없게 아주 미세하게 서서히 밀려난다. 그 거리감 속에서 아직 완전한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과 아직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동시에 마음을 짓누르는 것만을 받아들인다.


끝과 시작을 모두 바라보고 있으면서, 어느 쪽에도 발을 내딛지 못한 채. 경계의 어둠 속에서 아주 조용히, 아주 천천히 숨을 고르는 중이다. 혹은, 멈춘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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