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

물이 흐르니 생명이 싹튼다.

by 이우식

아디스아바바에서 프로젝트 현장까지는 오로미아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아다마(Adama)를 거쳐 도도타군(Doddota woreda)에서 더 들어가야 하므로 아침 일찍 숙소에서 출발했다. 7시 30분경에 전날 방문했던 곳에서 오로미아주 직원과 함께 가기로 해서 잠시 기다리니 그들 차량이 도착하여 우리를 선도한다. 아디스아바바와 아다마 간 유일한 고속도로 인근 지역에서 동행키로 한 살라시와 만나 도도타군으로 출발했다. 군에 도착하니 어제 회의 때 봤던 베르하누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담당자들과 인사를 하고 꽤 여러 명의 직원과 현장으로 향했다.

도도타군에서 디레 킬투 마을에 위치한 현장으로 가는 길에 과거 댐(보) 공사를 할 때 현장 사무소였던 곳에 들렀다. 우리 프로젝트 사무실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려던 참이다. 중앙선도 없는 2차선 폭의 아스팔트 도로는 자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 조절 장치들이 있었다. 우선 군데군데 파인 포트홀과 더불어 과속방지턱이 있는데 자칫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충격으로 인해 몸이 뜰 수 있을 정도다. 도로에는 바자즈(bajaj)라는 자그마한 삼륜차가 도시 외곽까지 다녀서 추월도 하고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바자즈를 피하느라 속도를 내기가 힘들다.


<그림> 바자즈와 혼잡한 거리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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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축들과 도로를 공유해야 하므로 마음껏 도로를 달리지 못한다. 도로 양옆으로 확장공사를 하느라 그쪽으로 소, 염소, 당나귀, 낙타 떼가 다니기는 하나, 도로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염소는 요주의 동물이다. 이 녀석들이 한두 마리가 지지리도 말을 잘 듣지 않는지 도로 한복판에서 무언가를 핥는다. 거기에 마차들이 사람과 짐을 싣고 다닌다. 이런 복잡다단한 군상이 도로에 섞여 있으니 너무나 이국적이다.


<그림> 거리를 활보하는 낙타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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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타군 소재지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오니 주변은 황량한 풍경이다. 건기라서 밀가루처럼 부서진 흙이 뿌옇게 날려 시야를 가린다.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가 있는 사막과 같은 평야와 먼 산이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점검할 현장 사무소에 도착했다.


<그림> 메마르고 건조한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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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요새와 같은 모습이었다. 장방형의 상당히 넓은 구역에 여러 건물이 있는데 들었던 봐와는 달리 도도타군 보건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무실로 쓸 수 있을 것인지 둘러보는 와중에 현지 사람들이 여럿 모여들었다.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댐 사이트로 향했다.

비포장도로를 얼마나 달리기를 했을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TV에서 보던 거대 협곡의 축소판이었다. 그 너머로 펼쳐진 평야를 왼쪽으로 하고 길옆에 만들어진 폭 1m 남짓한 수로에는 물이 힘차게 흘렀다. 참으로 대비되는 좌우 경관이었다. 수 킬로미터, 아니 조금 과장하면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이리저리 구부러진 협곡 양편의 너른 평야는 건기에 말라버린 사막에 수많은 동물이 있음 직한 풍광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염소를 모든 목동, 당나귀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주민, 풀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소들을 못 찾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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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히 전개된 자연의 모습과 달리 빠르게 흐르는 물을 담은 수로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이곳으로 올 때까지 물 한 방울 볼 수 없었는데 이러한 정경은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수로와 함께 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그제야 사람들이 보인다. 물을 길어 당나귀에 싣는 이도 있고 멱을 감는 아이도 있다. 동물들은 훨씬 많다. 수로의 깊이가 있어서 플라스틱 통에 물을 담아 소에게 먹이는가 하면, 동물을 위해 만들어놓은 시설물에서 목을 축이는 염소 떼도 볼 수 있다. 여기서도 한 무리의 염소 떼가 길을 가로막아 헤치고 산등성이를 오르니 댐 현장에 도착했다. 크다고는 할 수 없는 댐은 건기에도 물을 가둬두고 터널을 통해 수로로 생명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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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못 봤던 원숭이들이 노닌다. 물을 마시고 차가 오는 것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길을 가로지르는 개코원숭이를 눈앞에서 보니 아프리카라는 게 새삼 실감 난다.

관개시설의 혜택 받는 마을 어귀에 다다르니 초록색 물결이 일렁인다. 밀밭이다. 협곡과 수로의 대비와 마찬가지로 멀리 보이는 사막과 같은 평원과 밀밭의 상반되는 모습은 앞서 봤던 물이 생명수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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