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찾아서

by 이우식

에티오피아 코피아(KOPIA) 센터와 협력관계에 있는 멜카사 농업연구소를 방문했다.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체인 코피아 센터는 농촌진흥청에서 해외 여러 국가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팀의 단장께서 예전에 에티오피아 코피아 센터 소장을 엮임 한 덕분에 그곳에서 차량까지 제공하여 우리를 데리러 와주었다.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을 보니 정이 느껴졌다. 에티오피아 농업연구청(EIAR) 산하의 멜카사 농업연구소는 아다마와 데라 사이에 있는데, 농축산업을 비롯하여 농촌사회까지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소의 한 사무실에 들어가니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 커피를 볶고 있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 때부터 봐왔던 전통 커피를 제공하는 광경이다. 식당이나 호텔에서는 커피를 볶는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여기서 경험할 수 있었다. 통째로 말린 커피를 구운 후 빻아 체리 껍질과 빈을 제거하여 볶거나, 빈과 껍질사이에 있는 얇은 막인 파치먼트마저 제거한 후 빈을 볶거나, 처음부터 말린 생두를 볶아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도 있다. 그가 하는 동작 하나하나는 ‘분나(buna, ቡና)’라고 하는 커피를 손님에게 내어주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았다. 이를 분나 마프라트(buna maflat)라고 한다.


<그림> 야외에서 커피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여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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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CFF


커피를 제공하는 전통은 가정에서부터 전래되었다. 기쁨과 환대를 상징하는 흰색 드레스인 네텔라(netela)를 입은 여성이 커피잔들을 정갈하게 배열한 나무테이블인 레케봇(rekebot) 앞에서 커피를 준비한다. 손님들은 숯불 화로 주변에 모여 낮은 의자에 앉는다. 바닥에는 환영의 의미로 말린 꽃이나 케테마(ketema)라는 향기로운 풀을 깔아 놓는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장소에 특별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여러 번 방향제를 태우는 데, 유칼립투스 수지(樹脂)인 에탄(ittan) 향이 무척 독특하다. 숯불 위에 얹힌 작은 솥뚜껑 모양의 철판에 생두를 볶는데 불 조절을 위해 부채질을 해댄다. 잘 볶아진 원두를 절구에 빻아 목이 기다란 주전자인 제베나(jebena)에 달이듯 끓여 낸다. 손님 앞에 전통 문양이 새겨진 시니(sini)나 핀잘(finjal)이라고 하는 작은 도자기 잔을 잔받침과 함께 놓는다. 이 잔이나 네텔라에서 볼 수 있는 문채(文彩)는 단순함과 조화로움이 어우러져 있다.


<그림>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제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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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분나 마프라트에는 세 잔의 커피를 대접한다. 첫 번째는 우정의 잔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뜻의 아르볼(arbol), 두 번째는 평화의 잔으로 내 이야기를 한다는 뜻의 후에레타냐(hyeletanya), 세 번째는 축복의 잔으로 서로가 조화와 평화를 맺는다는 의미인 베레카(bereka)다. 커피는 기호에 따라 설탕, 소금, 생강, 버터 등을 넣는데 보통은 설탕을 권한다. 분나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련의 과정은 박피(剝皮)하여 커피콩을 얻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최대 3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 이런 격식을 통해 커피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 가까이 다가가서 뭔가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림> 분나를 제공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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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담당한 지비초 박사는 성의를 다해 이곳저곳에 대해 설명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생산한 바나나 두 봉지를 챙겨주는 호의에 소박하면서도 깊은 유대감이 묻어났다. 아다마로 돌아오는 길에 동승한 그는 지역 상황에 대해서 중요한 팁을 알려주었다. 북쪽의 암하라와 티그레이 접경 지역은 여전히 긴장 상태가 지속하고, 현장이 속한 오로모에는 반군이 드물게 활동한다고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한다. 그래서 현장은 불규칙하게 다녀야 하고 가급적 오후 늦게는 밖을 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UN에서는 오후 3시 이후에 활동을 제한한다는 말이 상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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