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는 길

현지 기사에게 길을 가르쳐 주다

by 이우식

08시에 호텔에서 출발하려고 준비하였으나, 8시 15분경 하니스호텔에서 Beruhano를 픽업하러 출발. 어제 직원으로부터 전달받기는 Beruhanno가 데라(Dera)라는 곳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데 기사가 아와시(Awashi)에서 그를 픽업한다고 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던 차에 기사가 그와 통화했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한참을 달리다 차가 서서히 멈추더니 기사가 내려서 보니 자동차 타이어에 공기압을 채운다. 길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생각지 못한 상황이다. Awashi 방향으로 가는 길은 무척 혼잡했다. 수없이 많은 트럭, 유조차, 마차, 삼륜차인 Bajaj, 염소 떼를 몰고 가는 아이며, 소, 낙타 등이 엉키듯 나타나 헤치듯 도로를 달렸다. 또 다른 체증을 경험한 듯하다. 많은 물건을 싣고 달리는 트럭들 공사장으로 향하는 듯한 수 십 대의 덤프트럭을 보니 경제가 활발히 돌아간다고 생각되었다.

가던 길에 Beruhano가 내게 전화를 해서 픽업하러 가는 길이라고 통화하니 순조롭게 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알았다.

거의 50분여를 가다가 운전기사가 통화를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유턴을 하여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직원에게서도 잘못된 길을 가는 것 같다고 전화가 오고 기사 전화가 빗발친다.

그제야 구글맵을 켜보니 엉뚱한 길을 갔던 것이다. Dera는 우리가 묵는 호텔이 있는 Adama로부터 남쪽 방향인데 기사는 동쪽으로 갔던 거다. 동쪽의 Awashi로 가다 전화를 받고 길을 돌린 것이다.

어떻게 Dera와 Awashi를 혼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한국인과 현지기사 간 소통은 쉽지 않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 이렇게 큰 오류가 발생하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 암하라족과 오로모족이라 실수가 발생한 것일까 추측만 할 뿐이다.

렌터카 사장에게 전화하여 Beruhano에게 늦는 것에 대해 우선 사과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기사에게 가는 길에 대해 설명을 주문했고 그에 대한 결과를 내게 알려달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이 전화하여 내게 결과를 알려주었다. 거슬러가는 도중에 기사는 여러 번 차를 세워 근처 사람에게 데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는 모양새다. 구글맵을 켜보니 참 좋긴 하다. 전혀 생소한 지역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이 작동하여 길을 안내한다. 거기에 의존하여 기사에게 데라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어쨌든 아다마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데라에 1시간여를 거슬러 가니 Beruhano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어찌나 미안한지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과와 함께 동료를 소개받았다.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 편하게 우리를 맞아주었고 기사와도 농담 식의 대화를 하는 눈치다. 나중에 들어보니 Beruhano는 기사를 바꾸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Beruhano, 관개조합을 담당하는 Abebe, Dodota군에서 관개를 담당하는 Masellech와 함께 먼저 Dodota군에 잠시 들렀다가 관개수로 지선 2 지역의 수로를 따라갔다.

마을 인근에 가니 사람들이 나무그늘 아래 모여서 회합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무장한 군인들이 여러 명 경계를 서는 듯한 모습이다.

우리에게 한마디 하라고 했지만, 관개조합이나 마을에 관한 사전지식이 부족하고 현지 공무원과의 협의 등이 없어서 다음에 한다고 사양했다.

그곳을 벗어나 수로를 따라가다 보니 직경이 1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튜브를 수로에서 농지로 물을 대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이를 하나씩 치우면서 가다 보니 아낙들이 물을 길어 당나귀에 싣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차가 다가와도 도무지 비키질 않는다. 주인인 듯한 이가 고삐를 끄니 그제야 길이 열린다.

어느 곳에서는 빨래를 하거나 아이들이 멱을 감고 있다. 조금 더 지나니 소, 염소, 말, 낙타 등 온갖 동물들이 군데군데 물을 마시고 있다. 수로의 단차 때문에 가축을 돌보는 이들은 통에 담아 물을 먹인다.


<그림> 에티오피아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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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사업에서 구축된 댐(보)을 향해 가던 길에 원숭이가 보이는 데 한 무리는 TV에서만 보던 개코원숭이다. 차 안이지만 상당히 위협적인 생김새다.

댐에 거의 다다를 무렵 한 무리의 군인이 우리를 막아선다. 소총을 휴대하고 현지 사람들이 모두 내려 뭔가를 확인하는 데 강압적인 모습은 아니라 그다지 위협은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지역에 민족 간의 분쟁이 발생하였고 현재도 완전히 그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서 위험하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댐 사이트에서 관개전문가와 현지 공무원과 간단한 협의와 시설물을 점검하다 보니 30분여 분을 한 곳에 머물렀다. 그러자 Beruhano가 내게 다가와 여기 오래 머무르면 안전하지 않으니 그곳을 벗어나자고 하였다.

일행을 태우고 나오다 마을 인근에서 일부를 내려주고 데라로 향했다. 가던 길에 지난 금요일에 볼 수 없었던 검문소가 보인다. 무장한 군인들 여러 명이 지나는 트럭과 미니버스를 모두 세워 점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댐 근처에서 만났던 군인들, 그다지 길지 않은 도로 구간에 세 군데의 초소가 세워진 것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2-3일 사이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데라에 도착하여 Beruhano 일행을 내려주고 다음 만남을 기약한 후 아다마로 무사히 돌아왔다.

늦은 점심을 먹는데 가족 톡에 한국에서 오늘 게재된 기사와 함께 조심하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기사를 살펴보니 마다가스카르에서 농업선교를 하던 2분의 선고사가 강도를 당해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여기는 괜찮다고 답장은 했으나 아프리카 어느 곳이건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곳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곳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과 더불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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