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어진 “루시(LUCY)”를 만나기 위해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을 찾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상당 기간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다음을 기약했다. 6개월이 지난 휴일을 맞아 박물관을 다녀왔다. 박물관은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인 조지 6세 거리에 있다.
루시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인류 화석으로, 320만 년 전 직립보행을 했던 인류의 조상이다. 루시는 가장 잘 알려진 인류 조상 화석 중 하나의 별칭이다.
에티오피아 북동부 아파르 지역의 하다르(Hadar)는 고대 유골을 발굴하기에 무척 풍부한 장소로 밝혀졌다. 수백만 년 전, 하다르에는 큰 호수가 있었으며, 오늘날 오랫동안 묻혀 있던 호수 퇴적물이 표면으로 침식되어 동물과 인간의 고대 유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에서 루시가 발굴되었다.
1974년 고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은 31세의 나이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인류학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1972년에 에티오피아를 방문하여 아파르 지역의 지질 구조와 화석 퇴적물을 조사하기 위해 정찰 여행을 했고, 1973년에는 하다르에서 처음으로 호미닌(hominin)의 무릎 관절 화석을 발견했다.
호미닌이라는 용어는 동물학적으로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종을 지칭한다. 사람과는 인류와 아프리카 유인원의 조상이 갈라진 후 생겨난 모든 종을 포괄하며,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사람(Homo)의 모든 종을 포함한다. 이 종들은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인류과(hominids)는 하나의 집단으로 규정하는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하는 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두 발로 걷는 것, 즉 직립 보행이다. 따라서 이 관절의 발견은 두 발로 걷는 인류의 조상을 만난 놀라운 경험이다.
이는 알려진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보다 거의 백만 년이나 더 오래된 것이었다. "길이가 2.5~5c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관절 조각을 발견했어요." 현재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교수이자 인류 기원 연구소 창립 소장인 요한슨은 이렇게 말한다. "개코원숭이 같은 영장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는 개코원숭이 화석이 많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것을 집어 들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제 학생인 톰 그레이에게 '이건 인간, 인류 조상의 것이에요.'라고 말했죠.”
하지만 무릎 관절 하나만으로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모든 멸종된 인류 조상을 구분하는 과학적 분류인 호미닌의 가장 오래된 화석을 발견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요한슨에게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두개골과 몇 개의 치아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파르 지역으로 돌아가 황량한 언덕에서 뼈를 찾기 위해 샅샅이 뒤졌습니다.
1974년 탐사가 시작될 무렵, 요한슨 박사는 팀이 무엇을 발견할지에 대해 낙관적이었고, 에티오피아 동료인 알레마예후 아스포가 하다르 캠프 근처에서 호미닌 턱뼈를 발견하자 더욱 기대에 부풀었다. 11월 24일 요한슨과 톰 그레이는 화석을 찾기 위해 길고 더운 오전 시간을 보낸 후, 그들은 차량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요한슨이 근처 협곡을 통해 차량으로 돌아가는 다른 길을 가다가 1년 전 관절 조각을 발견한 인근에서 고대 인류의 완벽하게 보존된 무릎 관절을 찾았다. 몇 분 만에 그들은 오른쪽 근위 척골(팔뚝 뼈)을 발굴하고 그것이 호미니드임을 빠르게 확인했다. 그 직후 후두골(두개골) 뼈, 대퇴골, 갈비뼈 몇 개, 골반, 아래턱을 보았다.
그날 밤, 거의 온전해 보이는 유골이 발견되자 온 동네가 축하와 흥분으로 들끓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춤추고, 노래했다. 이때 비틀스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날 밤 어느 시점에 이 유골에 "루시"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그리고 누가 붙였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2주 후, 수 시간에 걸친 발굴, 선별, 분류를 거쳐 수백 개의 뼈 조각이 발굴되었다. 그중 47개가 작은 화석 골격을 형성했으며, 이는 단일 호미닌 골격의 40%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인류학자인 케이틀린 슈라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루시의 발견은 ‘웃기는 뼈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한슨이 루시의 첫 번째 뼈 조각을 발견한 것은 팔꿈치 부위의 척골이었습니다. (팔꿈치의 척골 신경을 누르면 상완골을 누르게 되는데, 이때 찌릿찌릿한 ‘웃기는 뼈’ 같은 느낌이 듭니다.) 루시의 부러진 척골은 퇴적물 위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요한슨은 그 모양과 크기로 보아 영장류의 것이 분명하며, 아마도 호미닌의 화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요한슨과 그레이는 땅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두개골, 하악골, 갈비뼈, 골반, 허벅지, 발 등의 뼈 조각을 포함하여 훨씬 더 많은 화석 뼈 조각을 발견하고 기뻐했습니다.
만약 화석 조각들이 여러 개체의 것이라면, 단일 골격에 속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화석 뼈가 발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하다르 현장팀이 대퇴골 세 개 조각이나 하악골 두 개를 발견했다면, 퇴적물에서 여러 개체의 유해가 침식되고 있음을 즉시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다르팀은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골격의 일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뼈 조각만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화석 뼈가 여러 개체의 것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또한, 화석의 색깔과 외관은 부분적으로 화석이 형성된 퇴적층에 존재했던 광물과 화석이 겪은 풍화 작용의 종류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퇴적층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화석들은 서로 다른 색깔을 띠고 서로 다른 풍화 작용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루시의 골격은 외관이 매우 유사한 화석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인의 골격처럼 루시의 뼈는 두 발 보행을 분명히 시사하는 증거들로 가득합니다. 그녀의 원위 대퇴골은 두 발 보행의 고유한 특징들을 몇 가지 보여줍니다. 대퇴골의 축은 관절구(무릎 관절면)에 대해 각을 이루고 있어 두 발 보행 시 한 번에 한 다리로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 각도 때문에 슬개골(무릎뼈)이 탈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눈에 띄는 슬개골 돌출부가 있습니다. 관절구는 크기 때문에 네 발에서 두 발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추가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적응되어 있습니다. 골반은 두 발 보행에 적응하는 여러 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직립 자세와 매 걸음마다 한 발로만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필요성을 수용하기 위해 전체 구조가 변형되었습니다. 발목의 거골은 엄지발가락이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두 발 보행의 효율성을 위해 조작 능력을 희생한 결과입니다. 척추는 똑바로 선 자세로 인해 척추가 굽어졌다는 증거를 보여줍니다. 현재 증거는 하다르 화석과 동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같은 시기의 화석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단일한 성적 이형 종에 속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하다르 화석에서는 크기 차이가 매우 뚜렷하여, 큰 수컷과 작은 암컷을 구분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루시는 분명히 이 작은 집단에 속합니다. 요한슨은 루시의 작은 체구 때문에 거의 즉시 루시가 암컷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는 루시가 발견되기 수십 년 전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 다른 연구자들이 발견한 호미닌 화석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존하는 많은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호미닌도 성적 이형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즉,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A.L. 288(Afar Locally)에서 발견된 비교적 작은 뼈는 암컷의 뼈라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루시 이전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은 남아프리카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250만 년 전 두개골로, 유인원과 유사한 호미닌 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의 것이었다. 그러나 요한슨의 호미닌은 거의 100만 년 더 이전으로, 완전히 다른 지역인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역사적 사건이었다.
루시가 발견된 후 몇 년 동안 요한슨의 연구팀은 하다르에서 훨씬 더 많은 호미닌 표본이 수집했는 데, 그중에는 A.L. 333 지역에서 발견된 수백 개의 표본도 포함되어 있었다. A.L. 333 화석에는 최소 17명의 유해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역시 320만 년 전의 것으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 그룹은 "첫 번째 가족(First Family)"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 무렵, 하다르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호미닌 화석이 탄자니아의 라에톨리라는 화석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요한슨과 동료인 팀 화이트 박사는 동아프리카 화석 컬렉션을 매우 주의 깊게 연구했다. 표본 간의 변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동아프리카 화석이 단일 종을 나타내는지 또는 여러 종을 나타내는지를 고려했다.
연구팀은 연구팀은 결국 루시와 첫 번째 가족이 다른 고대 인류의 유골과 비교했을 때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단일 호미닌 종의 일부라는 데 동의했다. 1978년 요한슨은 새롭게 발견된 이 종을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의 이름을 따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로 발표하였다. 학문적으로 루시는 발견된 지역명을 따서 A.L 288-1 명명되었다.
루시가 젊은 성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몇 가지 증거를 보고 판명할 수 있다. 우선, 치아를 보면 세 번째 어금니인 사랑니가 돋아나고 약간 마모되어 있어 그녀가 완전히 성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뼈 끝이 융합되었고 두개골 봉합선이 닫혀 있어 골격 발달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척추뼈는 퇴행성 질환의 징후를 보이지만, 이것이 항상 고령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볼 때, 그녀가 사망 당시 젊었지만 완전히 성숙한 성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루시의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후 육식동물과 청소 동물의 흔적이 눈에 띄게 없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포식자에게 살해된 후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 동물은 뼈를 씹고, 부수고, 갉아먹은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루시의 뼈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손상은 왼쪽 치골 위쪽에 있는 육식동물의 이빨에 의한 자상 흔적 하나뿐이다. 이는 사망 당시 또는 그즈음에 발생한 사망 주변 손상이라고 한다. 사망 후 뼈가 아직 살아있는 동안 이러한 손상이 발생했다면 루시의 사망과 관련이 없을 수 있다.
2024년은 루시가 발견된 지 50주년이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루시의 해(Year of Lucy)”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기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다채로운 학술행사가 진행되었다. 루시가 이처럼 유명하고 사랑받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루시는 에티오피아 암하라어로 “딘키네시(Dinkinesh, ድንቅ ነሽ)”, “당신은 멋지다, 경이롭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아파르 지역 사람들은 "힐로말리(Heelomali)"라고 부르는데, "그녀는 특별합니다"라는 뜻이다. 에티오피아인들에게 루시는 국가의 상징과도 같다.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루시가 자신들의 땅에서 태어났고, 아프리카가 인류의 요람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슈라인 박사의 "요한슨 박사님, 호미닌 가계도의 다양성에 대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사실과 고인류학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사실들을 고려할 때, 루시와 같은 화석에 ‘미싱 링크(Missing Link)’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적절할까요?"라는 질문에 요한슨 박사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잃어버린 고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용어는 아프리카 유인원과 우리 사이의 공통 조상, 그리고 우리 자신을 연결하는 유일한 조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진화의 사슬은 수백만 년에 걸쳐 길고 연속적이며, 다양한 종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970년대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를 발견하고 정의한 것은 유인원과 유사한 조상이 단번에 인간과 유사한 생물로 즉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골격의 각 부분이 서로 다른 시기에 변화한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는 아니지만, 더 오래되고 유인원과 유사한 생물과 더 현대적인 인간과 유사한 조상 사이의 중요한 진화적 중개자 중 하나입니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북미와 남미, 그리고 호주에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짐에 따라 인류 가계도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번성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언젠가 루시처럼 ‘놀라운’ 화석 호미닌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발견부터 지금까지 루시는 고인류학계에서는 물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루시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되고 완전한 호미닌 유골이었고, 현생 인류 크기의 큰 뇌가 진화하기 전에 두 발로 걷는 것이 진화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어찌 보면 오늘날 전 세계인의 어머니가 루시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에티오피아를 기원의 땅이라고 부르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