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늘 기다리고 있었다.
조바심이 난다.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
늙어가는 몸뚱이를 이리 기울이고, 저리 기울인다.
손톱을 깨작 깨작 깨작.
이미 뭉글어진, 뜯길 게 없는 손톱을 더 뜯는다.
불안하다.
몽롱하다.
취해있나?
무엇에?
지금은 아침? 아니면 점심?
손톱을 깨작 깨작 깨작.
초조?
방황?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길이 어딘진 알잖아.
그렇지?
그 길을 가기 싫어서?
두렵나?
맞아 두렵지.
길은 진작에 찾았는데, 옳은지를 모르겠어.
그러면?
길만 찾아두고 움직이진 않을 건가?
옳은지 틀렸는지 모를 길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바람이 분다. 벌써 겨울이네.
움직여야지.
시간은 째깍 째깍 째깍.
왜 멈춰 선 거지?
길이 옳은지 틀릴지 정하는 것부터가 틀렸어.
네가 그 길을 옳게 만들어야지.
넌 알고 있었잖아?
맞아 알지. 이건 알아. 너무 잘 알지.
그런데 다른 길은 없을까?
나는 이 길을 사랑하나?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나?
잘 모르겠어. 좀 지쳐.
아니 많이 지쳐.
누굴 위해서 선택한 거지?
이 길을 올 생각 없었잖아.
왜 부정해 왔어?
왜?
아니 글쎄.
그것도 정답은 아니었을걸.
그것도 내가 사랑하진 않았을걸.
배가 부른 소리만 하네.
그렇지?
째깍째깍째깍
비릿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뭐지?
나 예전으로 돌아가기 진짜 싫은데,
그때가 더 행복한가?
왜?
지식의 자극이 얕아.
이건 뭐랄까, 그냥
공부가 아니잖아.
이게 왜 공부야.
그때도 알고 있긴 했지.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그냥,
저 먼지 덮인 누룩한 내음의 전공서적을
그냥.
그냥..
손톱을 째깍째깍째깍.
그땐 다들 괜찮았어.
무리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들 괜찮았어.
위태로운 모래성도
나는 좋아.
무너진 아무것도 없는 모래보다는 의미가 있잖아.
의미?
그건 네 기준이지.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걸?
맞아.
맞지.
몽롱하다.
왜 이렇게 답답하지?
모르겠다.
답을 다 알고 있지 않나?
왜 답답하지 근데?
아직도 나를 모르나?
미칠 것 같다.
아니?
휘갈겨.
휘갈겨 써라.
마음껏 휘갈겨 써라.
시퍼렇게 허연 도화지를 폭풍처럼 매섭게 휘갈겨 써라.
지난 도화지는 모두 다 찢어 버려라.
무엇에 그렇게 목매여 애먹이고 있었던 거냐.
도화지에서 춤을 춰라.
그리고 마르지 않는 눈물로 먹을 적셔라.
미치광이처럼 도화지 위에서 작두를 타라.
오지 않을 봄의 새를 기다리며 또다시 먹을 적셔라.
하염없이 비 구름과 산과 하늘과 어둠을 적시다 보면,
하염없이 그렇게 먹을,
먹을 그렇게 적시다 보면,
그래, 역시 너는 기다리고 있었구나.
너는 역시나 거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