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바람이 불어왔다

문학이야기

by 셀린


드디어 원고를 넘겼다. 그리고 책이 출간되었다. <언제나 바람이 불어왔다>. 첫 번째 수필집을 낸 지 10년 만이다. 다시는 수필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잠깐 시의 길을 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필은 내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수필잡지, 신문, 브런치스토리에 썼던 글들을 모은 두 번째 수필집. 원고를 넘기면서 욕심인지 부끄러움인지 이제는 다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단한 단편소설 한 편. 객기 아닌 객기 같은 거였다.

어느 날 문득 저 세상으로 가버린 친구는 수필은 자신의 로망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수필 쓰는 사람은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필을 쓰다 보면 내 속을 다 드러내는 것 같은 부끄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내 모습은 결국 내가 선택한 길들의 결과물인 것이다.

돌아보면, 문학은 어린 시절부터 내 안에 잠재해 있던 미션 혹은 열망 같은 것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 간 학교에서 이전 학교 담임선생님에 대한 글을 써서 칭찬받았던 기억이 있다. 말을 잘할 줄 모르는 내게 글은 마음속에서만 썼던 나의 말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그런 끼를 표현할 줄 모르던 수줍음은 대학진학 즈음에 국문과를 가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문학이나 심리학이 무슨 쓸모 있느냐는 주위의 조언 때문에 결국 그 꿈도 이루지 못했다.


'선생님은 눈물이 많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충족예언 같은 말을 믿었다. 그리고 어쩌면 문학적 토양이 될 수 있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따뜻한 시선'을 가졌다는 자기 체면 같은 믿음을 놓지 않았다. 결국 마음속 씨앗으로만 남아있던 나의 문학은 긴 여정을 돌아 50살 즈음에 이국생활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어쩌면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그 싹은 아직까지 발현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기 계발이나 자아성취에 밀려 문학은 늘 뒷전이었으니까...


어디서나 바람은 언제나 불어왔다. 기다림의 바람, 열정의 바람, 도전의 바람, 위로의 바람. 이제는 가벼운 걸음으로 남은 시간을 걸어볼 참이다. 오늘 걷는 이 발걸음이 또 다른 미래의 바람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여전히 문학은 따뜻한 위로이며 가끔은 차가운 자기 성찰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병원스케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