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사랑, 도서관

강동숲속도서관

by 셀린

요즘 인공지능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와 정보로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전을 찾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며 정보를 수집했다. 이제는 그런 노고를 하지 않아도 내가 묻는 질문의 정교함에 따라 답을 척척 내준다. 더 이상 길을 찾아가는 셀렘이나 호기심을 풀어가는 재미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도서관을 자주 찾아간다. 도서관에 앉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내가 몰랐던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더 파헤쳐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혼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개관한 강동숲속도서관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은 적아있다. 창가에 앉으면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담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가보겠다는 마음은,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는 번거로움에 밀려 매번 주저앉았다. 드디어 어제 결심을 하고 길을 나섰다. 6만 권의 장서가 있다지만 기대보다는 작은 규모에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2층에 올라 볕이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으니 빈 숲이 내게로 달려왔다. 겨울이라 푸르름은 사라졌지만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있는 풍광은 그런대로 고즈넉했다. 베란다 작은 초록 식물들이 신선했다. 혹 조화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잠시 뒤로 미뤄두었다.

서고에서 이 책 저책을 찾아보다가 타로카드 읽는 법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타로카드 읽는 법을 배웠다며 친구들에게 타로카드점을 봐주겠다는 지인이 생각나서다. 종교적 믿음이 깊진 않지만 왠지 점이라는 생각에 접근하기를 꺼렸던 것은 사실이다. 지인은, 재미로 현재 상태를 보고 심리학적 이해를 곁들이면 좋은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드의 그림들은 고대 신화, 해와 달, 불 물 등 많은 상징들이 들어있었다. 상징과 상징의 개수에 따라 핵심키워드와 해석이 달라진다고 했다. 여전히 카드로 나 자신의 상황과 앞날(어제 오늘 내일이라지만)을 예측해 보는 것은 내겐 접근하기 낯선 영역이었다. 그냥 재미로 오늘의 상황이 어떤지 해석해 달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교통이 불편해 자주 오게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도서관 회원카드를 만들고 몇 권의 책을 빌렸다. 창밖은 여전히 겨울이지만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그룹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보니 도서관은 열정이 들끓는 뜨끈한 사랑舍廊 같았다. 문득 따뜻한 아랫목에 두 다리를 엇갈리게 펴 끼우고 노래 마지막에 맞아떨어지는 다리를 빼내며 놀았던 다리 놀이. '이 다리 저 다리 돌다리/육칠월 장마에 써먹고.../못다 긁고 날이 샜네'

어린 시절 웃고 수다 떨던 옛 장면들이 떠올랐다.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정보 저장 기능을 넘어 이웃들을 이어주고 모임이나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쉼의 공간, 힐링의 공간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도서관이 어디까지 발전 진화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 중 하나다. 다음에는 시간을 내서 경기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수원의 경기도서관, 은은한 연꽃 향기가 가득하다는 전주의 연화정도서관, 최근 MZ세대에게 핫하다는 청운동의 청운문학도서관도 다녀오고 싶다.


아래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볕 좋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빈 숲 속을 걸었다. 아직은 이른 그러나 분명 곧 찾아올 푸른 숲의 모습이 기대된다. 앞으로 밤 10시까지 개방한다고 하니 어느 봄날 밤하늘의 별을 보며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바쁘고 조급하게 살아가는 현대 도시 속에 잠시 한 호흡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사진출처 내손안에서울 임중빈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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