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허로울 때
병원 밖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언제부터인가는 모르지만 진료를 끝내고 병원을 나서기 전에 늘 하는 일이다.
앞날 앞일을 정리하는 그런 마음으로.
건너편 여자도 혼자 커피를 마신다.
눈이 마주쳤다. 서로 멋쩍은 표정을 짓다가 서로 딴 데를 바라봤다.
잔 속의 커피들만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보다, 마침 정원을 쓸고 있는 청소미화원 아저씨께
'이따 커피 사 드세요'라며 돈(?)을 건네고 사라진다.
'마음이 착한 사람?' '허전해서?'
질병은 고통을 낳기도 하고 외로움을 낳기도 한다.
외로움은 아집으로 변질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넉넉한 마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무엇이나 주고 싶다면 외로움이 커서일 것이다.
어쩌면 마음 깊이 뿌리내린 심리적 결핍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나를 돌아보며 잠시 내린 결론 같은 것.
...... 혼자 허탈하게 웃었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 절기는 속일 수가 없다. 이젠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그런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정양구들에 앉아 지나가는 자동차를 구경하는 일도 별로 지루하지 않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은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열 올리며 울고 살 일도 아니다.
건너편 건물 외벽에 달려있던 작은 전구들이 눈을 부라리자 금세 오렌지 빛깔의 불이 들어왔다.
오렌지 빛깔. 참 따뜻한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