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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Jul 01. 2023

자동차 없이 살아가기

자동차 없이 잘 살아가는 법

 

 요즘 노령 운전자들의 자동차 사고 소식이 많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대부분 자동차 급발진이라고 말한다지만 노령자들의 사고는 한 번쯤 고려해 봐야 할 지점이다. 나이와 함께 비상시 통제 능력이나 유연성이 조금은 둔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없이 살아온 지 세 해가 되었다. 어디 가나 차가 없으면 불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동차를 사는 일이었다. 그렇게 삼십 년 넘게 운전대를 잡았는데 차 없이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운전하고 싶다는 욕망은 떨칠 수가 없다.      



 1. 런던, 자주색 시에라

1980년대 초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이라 외국에 나가는 일도 쉽지 않았고 여성 운전자도 많지 않은 시절이었다. 다행히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고, 시험 운이 좋았는지 단번에 합격했다. 종이 형태의 면허증, 그리고 유효기간이 만 70세까지였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70은 너무 멀리 있어 내게는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했다. 자동차는 주로 아이들 등하교와 장보기, 나들이에 이용했다. 그리고 아이들 친구들 이동에도 활용했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가 있는 후에는 거의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2. 시드니, 황금색의 중고 세단 

 시드니에서는 중고 중형 세단을 운전했다. 그러나 너무 낡은 세단이라 폭우에는 엔진이 멈추기도 하고 자동차 안으로 비가 새어 들어오기도 했다. 역시 그 황금색 중고차로 아이들 픽업도 하고, 아이의 친구와 그의 엄마까지 수영장이나 운동장 필드에 태워주는 즐거움도 느꼈다. 나는 내가 운전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재차 알게 되었고 중고차를 다루는 기술도 웬만큼 익히게 되었다. 내 손에 길들어 함께 5여 년을 잘 지냈다.     


3. 뉴욕, 은빛 색의 소형차

 뉴욕에서는 소형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역시 승용차는 클수록 승차감도 좋고 사고에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뒤늦게야 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꼭 중형이나 대형 자동차를 사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차가 없거나 운전을 할 수 없었다면 내 삶은 매우 피폐했을 것이다. 장을 보거나 공항에 마중 나가거나 하는 일상의 일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나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 답답할 때는 눈 덮인 롱아일랜드를 싸돌아다녔고 추운 겨울에도 롱비치 바다로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했다. 창문을 열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바닷가를 달릴 때의 쾌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뉴욕에서도 운전 못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운전을 자청하기도 했다. 운전 마니아이긴 하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아선지 과속은 절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베스트 드라이버’라 불러주는 이유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나의 발이 되어준 은빛 자동차, 코로나 시절 급하게 귀국하는 바람에 중고로 넘겨버렸지만 비슷한 차량을 보면 한 번쯤 다시 돌아보는 일이 종종 있다.     



 자동차는 그렇게 오랫동안 나에게 유용함과 자유로움을 부여했다. 주변에서는 면허증을 반납했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렌터카라도 빌려 타려고 해외 면허증을 국내 면허증으로 바꾸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혹시 번잡한 서울길을 운전할 수 있을까 싶어 렌터카를 해서 운전해보기도 했다. 운전 경력이 30년이 넘었는데…. 혼자 웃었다.

 지금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이용하는 일이 그리 나쁘지 않다. 차가 있어 좋은 점과 비용이나 관리 문제를 계산해 보면 아직은 딱히 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고국의 교통수단이 서민들을 위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많이 편리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대중교통 요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직 비싼 편은 아니다. 최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의견이 이슈화되기도 하지만 나름 방법은 있을 것이다. 지자체마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직장인 그리고 어르신까지 다양한 교통비 지원정책이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은 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위안이 되는 고마운 발이다. 최근 논쟁거리가 되는 일반적인 고령자 운전 규제보다는 고위험군에 대한 규제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내가 운전 면허증을 반납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언젠가는 바람을 가르며 고속도로를 달릴 날이 있을 것 같아서다. 나는 아직 운전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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