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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Sep 01. 2023

뉴요커가 되지 못한 뉴요커

뉴욕 촌뜨기

 뉴요커. 흔히 뉴욕에 사는 사람을 뉴요커라 부르지만 뉴욕에 산다고 모두 뉴요커는 아니다. 

사전적 의미는 중상류층 주민으로 맨해튼 부유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살고 있거나, 전문직이나 고연봉 사무직의 일과 적당한 여가생활을 즐기는 선남선녀들의 삶을 일컫는 말이다. 


 뉴욕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운전면허증을 따는 일이었다.

다음에는 네일 아티스트 라이선스를 따는 일이었다. 외국에서 살려면 손으로 할 수 있는 기술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냉장고나 세탁기, 컴퓨터가 고장 나서 기술자를 한 번 부르면 무조건 100불이 날아갔다. 미용, 이용, 수리, 목공, 페인팅 기술이 있으면 삶이 조금은 낙낙해진다.  

 3개월 과정을 마치고 내 이름이 새겨진 네일 스페셜티(nail specialty) 라이선스를 받아 들자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기쁨은 컸다. 나도 이제 하나의 기술자격증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일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내 일이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계속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라이선스를 가지고 처음 일하러 간 곳은 맨해튼의 작은 가게였다. '초보환영'이라는 한인 신문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퀸즈 베이사이드에서 시내까지 출근하는 일이 번거로웠지만 세계의 중심 도시 뉴욕, 특히 맨해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다. 


 맨해튼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짧게 손톱 관리만 하고 가기도 하고, 힐링하는 차원에서 퇴근 후 긴 시간의 스파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에이프런을 입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난생처음 손님에게 서비스라는 것을 하려니 조금 떨리기도 했다. 첫 번째 손님은 젊은 여자였다. 손톱 모양을 제대로 내는 데는 어설픈 점이 있었지만 색깔은 그런대로 칠해졌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제 샵을 두고 남의 샵에서 일해보려 했던 발상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혹 네일케어가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다음 날부터 우리 샵에서 전화를 받거나 고객관리 일을 맡아서 했다. 

계절에 따라 스파 메뉴를 개발하고 신상품을 소개하는 일도 내 몫이었다. 

점심시간 전까지 손발서비스를 묶은 해피아워(Happy Hour) 상품은 인기가 많았다. 

각양각색의 손님들을 만나는 일도 생각보다는 즐거웠다. 

영어는 서툴렀지만 손님들의 마음을 읽을 줄은 알았다. 나의 전공과도 어느 정도 맞았다. 


 서류가방을 들고 아침마다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전문직의 뉴욕 거주자, 뉴요커. 

내가 아무리 뉴요커(THE NEW YOKER) 잡지를 읽고 맨해튼을 싸돌아 다녀도 나는 진정한 뉴요커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전의 나를 내려놓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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