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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Aug 31. 2023

살롱 사장이 마중 나왔다

뉴욕은 여전히 잿빛이고


  

 뉴욕 공항에 누가 마중 나왔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미래 직업 혹은 직장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세탁소 사장님이 나오면 세탁소를 운영하게 되고 네일살롱 사장님이 나오면 네일살롱을 운영하게 된다는 우스개 같은 말. 그 말속에는 현실은 물론 미래의 모습까지도 가늠하게 하는 어쩌면 결정론적 같은 말이 느껴져 조금은 서글프기도 한 말이었다. 

스파 비즈니스 프랜차이즈를 하는 지인이 공항에 나왔으니 그도 그 길로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남편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네일 스파 서비스업을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 학업과 취업문제를 핑계로 들었지만 사실 단단한 일자리와 신분을 내려놓기 어려웠다. 

고국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잘 살고 있는데 낯선 곳에 가서 왜 고생하며 살아야 하나.

이기적인 생각이었을까? 그는 고생은 돼도 미국사회가 편하다고 했다. 한국처럼 눈치도 체면도 볼 필요 없이 일한 만큼 먹고살 수 있는 곳이니 뱃속 편하다 했다. 

그도 직장생활 몇십 년 했던 사람인데, 목에 힘주고 살았는데,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금방 적응하는 것이 신기했다. 가장이라는 굴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는 사람 없는 이국이라서 가능했을까?


 한동안 언쟁도 있었고 각자 좋아하는 곳에서 사는 것은 어떤지 잠시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 

방학을 이용해 한두 번씩 뉴욕을 오가며 두 살림을 해야 하는 일이 내게도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 시절 어쩌면 나는 한국도 미국도 아닌 중간 어디쯤에서 어정쩡한 삶을 살았지 싶다. 경계인! 


 결국 오랫동안 이어왔던 내 커리어를 접었다. 

그렇지 않으면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나도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그때도 스파살롱 사장이 마중을 나왔다. 

친정엄마가 말했다.

'아이고! 우리 딸, 그동안 배운 거 아까와서 어떡하나!' 

미국 가면 딸이 가졌던 이력이나 경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엄마는 이미 아셨던 것이다. 


 혼자 벌려온 비즈니스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서서히 경제적 독립을 하고 있는 터라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일거리가 있다는 것에 가치를 두자고 작정했다. 

'비즈니스는 죽기 살기로 해도 힘들다!'라고 하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순박한(naive)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내가 걸어온 길과는 다른 이 길이 자꾸만 낯설게 느껴졌다. 

몸만 뉴욕에 와 있지 아직 나는 나를 위해 지킬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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