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시계

문예지에 실린 시

by 정재운
월간 『시사문단』 2023 4월호에서



고장난 시계



나는 종종

고장난 기계식 시계와 함께 집을 나선다


멈추고 싶을 때 마음대로 멈춰버리고

내가 공손히 부탁할 때면 서너 시간만 움직이다

다시 마음대로 멈춰버리는

고장난 기계식 시계


닮고 싶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줄 알고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면 움직일 줄 아는

그런 너를


그래서

너와 함께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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