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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운 Jun 02. 2022

토끼와 거북이 - MZ세대편

정재운 전도사의 글

  2022년의 어느 날,

  10km 달리기 시합이 열립니다. 


  이 시합의 참가자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토끼와 거북이입니다. 너무나도 다른 이 둘은 어떻게 시합을 준비하고 있었을까요? 먼저 토끼는 대형 나이키 매장에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토끼는 현재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라 불리는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신은 것으로 유명해진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된 베이퍼 플라이라는 런닝화를 구입합니다. 거북이는 집 앞 문구점에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거북이는 하얀 실내화를 구입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는 토끼가 거북이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데 말이죠. 거북이는 무슨 배짱으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자신이 동화 속 주인공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에 굳이 큰돈을 들이지 않았던 걸까요?

  안타깝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토끼는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금수저 그 자체였어요. 하지만 거북이는 흙수저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의 불쌍한 거북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10km를 맨발로 달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 실내화라도 샀던 것이었죠. 아무튼 달리기를 위한 신발을 구입한 우리의 토끼와 거북이는 시합 당일까지 각자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시합 당일,

  토끼와 거북이가 시합 출발선에 섰습니다.

  3, 2, 1. 펑!(총소리)     


  총성과 함께 토끼와 거북이는 최선을 다해서 뛰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예상대로 거북이는 느렸고 토끼는 빨랐습니다. 워낙 운동신경도 좋은 토끼가 최고의 런닝화까지 신고 달리니 어찌나 빠른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달리는 토끼의 하얀 털은 따사로운 햇살 덕분에 아름답게 반짝거리며 아름다운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거북이는 멀어져 가는 그 아름다운 빛을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뛰었지만 속상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형편도 자신의 신발도 자신의 신체능력도 모두 보잘 것 없어 보였죠.      


  시합이 시작된 지 20분, 거북이의 눈에는 토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실이 속상했지만 거북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느려지며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다리가 무심했습니다. 무려 영상 32도나 되는 더운 날씨였기에, 거북이는 이제 자신을 더욱 덥게 만드는 자신의 등딱지까지도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거북이는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위로를 건넸죠. “그래.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어느덧 10분을 더 달렸습니다. 그러자 거북이의 눈에 한 아이가 보였습니다. 이 시합을 보러 온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울고 있었죠. 거북이는 잠시 방향을 틀어 그 아이에게로 갔습니다. “왜 울고 있는 거야?” 아이는 대답했습니다. “발바닥이 너무 뜨거워요..” 거북이가 눈을 내려 아이의 발을 보니, 그 아이는 뜨거운 햇살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맨발로 서있었습니다. 거북이는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자신이 신고 달리던 실내화를 벗어주고 아이를 안아주며 달래줬습니다. “이제 괜찮을 거야. 나는 마저 달리러 갈게!”     


  거북이는 10분을 더 달렸습니다. 이젠 발바닥까지 뜨거워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때, 거북이의 정신을 확 깨우는 경적소리가 들렸어요. 빠앙! 거북이가 고개를 돌려보니 달리기 코스 옆 횡단보도 한복판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할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할머니께서 길을 건너시는 중간에 빨간 불이 되어버려 할머니는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셨죠. 그래서 거북이는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리고 방향을 틀어 할머니에게 달려가서 할머니를 도와드렸습니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할머니는 거북이 덕분에 무사히 길을 건너실 수 있었습니다.     


  다시 코스로 돌아와 달리기를 계속한 거북이는 얼마나 달리고 또 달렸을까요? 저 앞에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북이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끝까지 달렸죠. 아, 토끼는 어디 있냐고요? 토끼는 한참 전에 결승선을 통과하고 가족들과 기념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릴 사진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네요. 아마도 메달을 목에 걸면 사진을 더 올릴 겁니다. 토끼는 13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거든요. 아무튼 토끼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잠시 후, 마침내 거북이도 결승선을 통과하게 됐습니다. 거북이의 온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죠. 털썩 주저앉은 거북이는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했어요.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현실들이 너무 속상했죠.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거북이에게 심사위원이 다가왔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네.” 거북이는 슬픈 표정을 제대로 숨기지 못한 채 대답했어요. “감사합니다..” 그때 갑자기 심사위원이 거북이의 목에 1등 메달을 걸어주었습니다. 놀란 거북이는 말했습니다. “제가 왜 1등인가요?” 심사위원은 말했습니다. “아 자네도 못 들었나? 우리 대회는 섬김으로 평가한다네. 토끼도 못 들은 모양이더군. 끝까지 뛰기만 하더라고. 아무튼 축하하네. 자네가 1등이야.”     



  여러분도 혹시 못 들으셨나요?

  우리의 인생이라는 대회도 하나님께서 섬김으로 평가 하신다던데!




누가복음 22:24-30

24 또 그들 사이에 그 중 누가 크냐 하는 다툼이 난지라

25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방인의 임금들은 그들을 주관하며 그 집권자들은 은인이라 칭함을 받으나

26 너희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큰 자는 젊은 자와 같고 다스리는 자는 섬기는 자와 같을지니라

27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서 먹는 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

28 너희는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인즉

29 내 아버지께서 나라를 내게 맡기신 것 같이 나도 너희에게 맡겨

30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 또는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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