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6개월, 아이 발달 지연 28% 감소 효과
형제 비교에서도 통계적 유의미… '6개월의 마법' 입증될까
아이가 태어난 후 처음 마주하는 엄마의 품, 그 안에 담긴 온기는 단순한 위안이 아닌 ‘두뇌 성장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아이의 발달’을 좌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수유에 대해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작지만 큰 차이, 6개월의 마법
최근 2025년 3월 24일,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이스라엘 연구진이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태어난 57만여 명의 아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생후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받은 아이는 신경 발달 장애(NDC)—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DHD, 뇌성마비 등을 포함한 질환—진단율이 무려 28% 낮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지연은 18%, 운동 발달 지연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형제 간 비교에서도 똑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란 형제 중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형제보다 NDC 진단율이 27%나 더 낮았습니다.
이 결과는 단순히 ‘좋다더라’는 경험담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같은 조건을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도 수유 방식이 발달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근거입니다.
‘모유 수유는 감각 자극이자 정서적 교감’
많은 사람들이 모유 수유를 ‘먹이는 행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훨씬 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아기의 피부가 엄마의 가슴에 닿고, 눈을 맞추고, 심장 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감각적 자극은 두뇌의 회로를 켜는 스위치와도 같습니다. 마치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세상이 “괜찮아, 안전해”라고 말해주는 듯한 신호지요.
또한 수유 중 분비되는 옥시토신(일명 사랑 호르몬)은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안정감을 주고,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호르몬은 단순한 감정만이 아니라 두뇌 신경망 형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왜 6개월일까? WHO가 말하는 이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소아과학회(AAP) 모두 생후 6개월간의 완전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이유식을 병행하면서 2세까지 지속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죠.
6개월이라는 시간은 인간 뇌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 동안 아이의 두뇌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신경 연결망이 활발하게 형성됩니다. 영양소는 물론, 엄마와의 교감이 이 연결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엮느냐에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연구에 따르면 수유 기간이 10~12개월을 넘어가면 더 이상의 발달 지표 향상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최소 6개월만 꾸준히 수유해도 뇌 발달에 있어 큰 기틀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 엄마들의 현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출산 후 빠른 직장 복귀, 수유실 부족, 모유 수유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이어가는 것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주변에선 “분유도 괜찮다더라”, “직장 다니며 모유 수유는 무리야” 같은 이야기들도 쉽게 들립니다. 물론 분유도 훌륭한 대안이고, 엄마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뇌 발달과 연결된 데이터를 보면, 가능한 만큼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다른 접근으로, 유축을 통한 수유나 혼합 수유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완전 모유 수유가 어렵다면, 부분 수유라도 14% 정도 발달 지연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하니, 꼭 ‘올오어낫싱’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 ‘작은 습관’,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모유 수유가 단지 면역력이나 영양을 넘어, 신경 발달과 지능, 사회성, 정서 발달에도 밀접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물론 단 하나의 요인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있어 부모의 선택과 노력은 매우 강력한 힘이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혹시 수유 중이거나 고민 중이신가요?
6개월,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 아이가 자라 어느 날 말을 또박또박 하기 시작하고,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 그 시작이 당신의 품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질문
여러분은 수유를 하며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나요?
혹은 수유를 포기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정부나 직장에서 어떤 지원이 있다면 수유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함께 나누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엄마는 위대하고, 그 여정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