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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 늘었나?" 숙취 덜한 건 나이 들었다는 신호

덜 아픈 숙취가 던지는 은근한 경고: 나이, 알코올, 그리고 몸의 변화

by 사람인척

‘요즘 왜 이렇게 술 마셔도 괜찮지?’라는 착각, 혹시 해본 적 있지 않나?


예전엔 회식 다음 날이면 온몸이 천근만근, 머리는 망치로 맞은 듯 아파왔는데, 요즘은 유난히 덜 힘들다. 술 마신 다음 날, 물 한 컵만 마셔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고, 해장국 없이도 일상 복귀가 가능해졌다.


처음엔 체력이 좋아진 건가 싶었다. 주량이 는 줄 알고 살짝 뿌듯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신호만은 아니라는 사실, 알게 된 건 아주 최근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술자리를 버텨내는 당신, 정말로 술이 세진 걸까? 아니면… 나이 든 몸이 ‘고통을 덜 느끼는 법’을 배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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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아픈 숙취, 사실은 '감각의 둔화'일지도 모른다

2025년 3월 26일, 영국 데일리메일(DailyMail)은 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전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진이 18세부터 94세까지의 성인 7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18~35세가 가장 심한 숙취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고, 46~65세 연령대는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절반 정도의 숙취 강도만을 호소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은 술이 약하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데 있다. 이전까지는 노화에 따른 간 기능 저하가 알코올 분해 능력을 떨어뜨려 숙취가 심해진다고 여겨졌지만, 정작 실제 체감하는 숙취 강도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고 있었던 것.


연구진은 ‘숙취 내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숙취 증상의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와 같은 독성 물질에 점점 덜 민감해지고, 통증이나 불쾌감에 대한 뇌의 반응도 무뎌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숙취가 ‘덜 힘들게 느껴지는’ 건 몸이 강해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무시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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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 늘었다”는 착각의 함정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이 들면 술 마셔도 괜찮은 거 아냐?”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숙취가 덜하다고 해서, 몸이 알코올을 잘 처리하고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숙취는 단지 ‘느끼는 고통’일 뿐이다.

실제로는 간이 천천히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독성 물질이 몸 안에 더 오래 머무르고 있을 수도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신호를 예전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이건 마치, 고장난 자동차 경고등이 꺼졌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게 아닌 것처럼. 경고등이 둔해진 건지, 문제가 해결된 건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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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한 조각이 ‘속’을 지킨다?

숙취를 막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지만, 최근 의외의 식품 하나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치즈다.


2025년 2월, 미국의 중환자 전문의 닥터 니나 찬드라세카란은 "술 마시기 전 치즈를 조금 먹는 것만으로도 숙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즈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지방이 위를 부드럽게 코팅해 알코올 흡수를 늦춰주고, 간에서 생성되는 숙취 유발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축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회식 전에 슬라이스 치즈 한 장, 또는 한 조각의 카망베르 치즈를 먹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완충 작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치즈는 비타민 B군과 칼슘이 풍부해서 음주로 인해 소모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하는 데도 유리하다.


국내에서도 2023년, 치즈 속 유산균이 간 효소를 활성화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빠르게 분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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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상관없이, 결국 중요한 건 '관리'

물론 나이 들어 숙취가 덜하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숙취란, 단순히 몸이 '힘든 상태'가 아니라 몸속 시스템이 독소에 대항하느라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한 결과다.


알코올은 분해 과정에서 수분을 빼앗고, 면역 시스템에 염증을 유발하며, 수면 질까지 망가뜨린다.

그런 복합적 요소들이 머리가 띵하고 속이 메스꺼운 숙취로 돌아오는 것.


게다가 한 단위(소주 1잔 혹은 맥주 반잔)를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시는 폭음은 간에 과부하를 주고, 몸 전체에 ‘무리’를 초래한다.


영국 NHS의 가이드라인처럼, 일주일에 14단위 이하로 제한하고, 충분한 수면·물·균형 잡힌 식사를 챙기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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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요즘 술이 덜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건 단지 ‘몸이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 이상 잘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술자리를 앞두고 있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회식 전에 치즈 한 조각 챙기기

✅물 한 병을 미리 준비해 두기

✅다음 날 중요한 일정 있다면, 한 잔쯤은 “괜찮아요~” 하고 넘기기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자세.

그게 나이 들수록 더 중요해지는 음주의 기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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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술은 마셨다면?


당일 숙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팁도 곁들여본다.


✅잠들기 전 물 한 컵, 가능하면 전해질 음료와 함께

✅속이 안 좋다면 무리해서 해장국보다 미음이나 죽

✅다음 날에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20분 정도 가벼운 산책

✅커피보다는 꿀물이나 생강차가 더 효과적일 수 있음


마무리 요약


✔️18~35세가 가장 심한 숙취 경험

✔️46세 이후엔 숙취 둔감해지는 경향

✔️숙취가 덜하다고 몸에 무리 없는 건 아님

✔️치즈는 술자리 전 훌륭한 완충식품

✔️물, 수면, 영양소 관리가 가장 기본적인 숙취 예방책

✔️나이보다 중요한 건, 술을 대하는 태도와 몸에 귀 기울이는 감각


혹시 당신은, 요즘 술이 좀 '편해졌다'고 느끼고 있나요?

그렇다면, 오늘 이 글을 계기로 당신의 몸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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