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은 있는데 칼로리는 없다?’ 뇌가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마트에서 ‘제로’, ‘무설탕’,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붙은 제품만 골라 담은 적이 있다. 콜라는 제로로 바꾸고, 과자도 무설탕 버전으로. 냉장고에는 저칼로리 케첩, 무지방 요거트까지. 그렇게 석 달을 버텼다. 그런데 이상했다. 체중계의 숫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미묘하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내가 뭐 잘못하고 있는 걸까?’
아마 이 글을 클릭한 당신도 같은 의문을 가졌을지 모른다. 단맛은 줄였고, 칼로리도 줄였는데 왜 체중은 오히려 늘어나는 걸까? 혹시 우리의 뇌가, 이 단맛의 속임수에 속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제로 칼로리’가 식욕을 자극한다고?
최근 3월 26일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연구진은 칼로리가 없는 인공 감미료 ‘수크랄로스’가 오히려 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Nature Metabolism에 실렸고, 실험에 참여한 75명의 뇌를 MRI로 촬영해 반응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세 가지 음료를 마셨다. 평범한 물, 설탕이 든 음료, 그리고 수크랄로스를 넣은 음료. 놀랍게도 수크랄로스를 마셨을 때,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 즉 배고픔을 조절하는 부위가 가장 활발하게 반응했다. 칼로리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단맛은 있었기 때문에, 뇌는 혼란에 빠졌다는 뜻이다.
이 연구를 이끈 캐슬린 페이지 박사는 “단맛은 칼로리가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지만, 실제로는 들어오지 않으면 뇌가 이를 인지하고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뇌가 칼로리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 허기를 유발한다는 것.
단맛의 마법, 뇌는 속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제로 칼로리’라고 쓰여 있으면 안심하고 먹는다. “설탕은 안 들어갔으니까 괜찮겠지”, “살 안 찌는 콜라니까 마음 놓고 마셔도 되겠지”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제로 제품들은 뇌에게는 '단맛만 있는 빈 껍데기'일 수 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뇌는 맛있는 냄새를 맡고 잔뜩 기대하며 식당에 들어갔는데, 접시에 담긴 건 모형 음식뿐인 상황. 배고픔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실망해서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되는 거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수크랄로스는 포만감을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이 반응은 여성과 비만 참가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고, 이들일수록 더 자주 제로 식품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제로의 함정: 살은 안 찌지만, 뇌는 ‘더 먹으라’고 말한다
실제 한국에서도 제로 음료와 무설탕 간식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카페에서도 제로 시럽을 넣은 음료를 고르고, 편의점 진열대에는 다이어트 아이스크림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제품이 진짜 살을 덜 찌게 하는가? 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실험에 사용된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약 600배 더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다. 그래서 많은 가공식품에 쓰이지만, 이 감미료가 뇌의 식욕 센터를 자극하거나, 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단백질(GLUT4)의 발현을 높이는 등 체중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요컨대, 제로 식품은 입을 만족시킬 수는 있어도, 뇌를 만족시키진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그렇다고 “제로 식품은 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당뇨나 특정 질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대안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맛이 들어간 제로 식품을 과신하지 말 것.
▶식후 디저트로 ‘무설탕’을 선택하더라도 배가 차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다는 것.
▶섭취 후 스스로의 포만감을 점검해보고, 진짜 허기인지 감각인지 구분해보는 연습.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단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자각이다. 뇌는 생각보다 민감하다. 특히 단맛 앞에서는 더더욱.
당신은 왜 ‘제로’를 선택했는가?
단맛이 그립지만 칼로리는 무섭고, 다이어트는 해야겠고, 건강은 지켜야 하니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져봐야 할 때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단맛인가, 아니면 만족감인가?”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입은 속여도, 뇌는 속지 않는다. 오늘부터는 '제로'의 숫자보다, 진짜 몸이 원하는 신호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같이 이야기해볼까요?
당신은 제로 음료나 무설탕 간식, 얼마나 자주 드시나요?
‘다이어트용’으로 먹었던 식품이 오히려 더 배고픔을 느끼게 했던 적, 있었나요?
진짜 배고픔과 심심풀이 식욕,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주세요. 단맛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 단맛이 주는 ‘허상’은 함께 조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