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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단맛도 몸에 나쁘다? 꿀과 메이플시럽의 진실

'건강한 단맛'이라는 환상,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by 사람인척

“천연이면 괜찮을 줄 알았지…”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생강차에는 꿀 한 숟갈이 꼭 들어갔다. “몸에 좋으니까 많이 먹어도 돼”라는 말에, 나는 꿀을 ‘약간 단맛 나는 영양제’쯤으로 기억했다. 팬케이크 위에 흐르는 황금빛 시럽도 단순히 달콤한 토핑이라기보다는, 정제 설탕 대신 택할 수 있는 '더 건강한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최근, 그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


어느 날, 한 식품 강연에서 강사가 조용히 던진 말 한마디가 뇌리를 스쳤다.

“꿀도, 메이플시럽도 결국은 ‘당’입니다. 착한 당이란 건 없어요.”

순간 귀가 번쩍 뜨였다. 아니, 꿀이? 메이플시럽이? 건강식으로 통하는 이 녀석들이 설탕과 다를 바 없다고?


이 궁금증을 시작으로, 나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천연 감미료의 진실을 파헤쳐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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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왔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꿀은 꿀벌이 꽃에서 채취한 넥타르를 농축시켜 만든 천연 감미료다. 고대에는 ‘신들의 음식’이라 불리며 귀하게 여겨졌고, 지금도 감기나 상처 치료에 활용될 만큼 항균성과 항산화 효과로 주목받는다. 메이플시럽 또한 단풍나무 수액을 졸여 만든 자연 유래 감미료로, 풍부한 미네랄과 항산화 성분을 갖춘 ‘영양 있는 단맛’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둘, 정말 그렇게 다를까? 아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착한 당’일까?


꿀과 메이플시럽은 비정제 상태에서 다양한 미세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꿀에는 플라보노이드, 꿀벌 효소, 미량 아미노산과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고, 메이플시럽에는 칼슘, 칼륨, 망간, 리보플라빈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심지어 메이플시럽에는 혈당 조절을 돕는 아브시스산(Abscisic Acid)이라는 식물 호르몬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 모두 고당분 식품이라는 것이다.

꿀 한 큰술에는 약 16.4g의 당이, 메이플시럽에는 약 12.1g의 당이 들어 있다. 이는 평범한 설탕 한 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에 좋은 성분이 미량 포함돼 있다고 해서, 설탕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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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 vs 자당, 알고 먹어야 다른 결과


꿀과 메이플시럽은 모두 당이지만, 구성 성분은 다르다.

꿀은 대부분 과당(Fructose)이고, 메이플시럽은 자당(Sucrose) 위주다.

과당은 설탕보다 혈당지수는 낮지만, 간에서 대사되어 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빠르다. 특히 운동량이 적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는 간에 부담을 주고, 중성지방 수치를 올릴 수 있다.


자당 기반의 메이플시럽은 혈당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하지만, 메이플시럽 자체의 혈당지수는 꿀보다 오히려 더 낮다. 그리고 칼로리도 꿀보다 약간 낮다. 다만 메이플시럽은 제품에 따라 중금속 잔류 위험이나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성분 확인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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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탕’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아이러니


이쯤에서 아이러니가 하나 떠오른다.

‘무설탕’으로 분류되는 꿀과 메이플시럽은 엄밀히 말하면 ‘무정제당’일 뿐, 고당분 식품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설탕 대신 꿀을 푹 퍼서 먹는다면?

혈당은 물론이고, 체지방도 같이 오를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꿀은 완전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천연 감미료라고 해도 혈당을 올리는 구조는 같기 때문이다. 메이플시럽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혈당 반응은 설탕보다 낮지만, 분명한 당부하(Glycemic Load)를 주므로 많이 먹는다면 결국 ‘몸에 덜 해롭다’는 말도 무의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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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살리되, 건강을 놓치지 않는 현명한 선택법


그래도 우리는 단맛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는 게 최선일까?


✔ 선택보다 중요한 건 ‘양’

꿀이든 메이플시럽이든 하루 한두 티스푼이 적당하다.

홍차 한 잔에 꿀을 넣고 싶다면, ‘약’이라기보다 ‘양념’ 정도로 생각하자.


✔ 상황에 맞춰 선택하기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목이 아플 땐 항균력 좋은 꿀


▶혈당 관리가 필요한 이라면 GI 낮은 메이플시럽


▶베이킹 등 고온 조리에 사용할 땐 메이플시럽이 더 안정적


✔ 등급과 원산지 체크는 필수

특히 메이플시럽은 캐나다산 Grade A (Amber, Dark)를 권장한다.

꿀은 국산 비가열 생꿀이 영양 면에서 유리하다.


✔ 설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꿀과 메이플시럽 모두 영양소가 포함된 ‘나은 당’일 뿐,

‘건강한 감미료’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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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의 단맛은 어디에서 오고 있나요?


혹시 무심코 설탕 대신 꿀을 푹푹 넣고 있진 않나요?

어디선가 “자연산이니까 괜찮겠지”라는 말이 들려온다면,

오늘 이 글을 떠올려 주세요.


천연이라도 당은 당입니다.

맛을 포기하란 말이 아니라, 알고 먹자는 이야기죠.


한 스푼의 꿀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한 스푼을 언제, 왜, 얼마나 넣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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