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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많이 시키는데.. 끓여도 안 죽는 식중독균 비상

‘뜨겁게 먹었는데 왜 탈이 날까?’ 고온에서도 살아남는 식중독균

by 사람인척

냉장고에 넣었지만 다음 날 배탈이 났다


점심시간이 애매하게 지난 오후 2시, 배가 고파 어제 남긴 배달 닭볶음탕을 꺼냈다. 전자레인지에 몇 분간 뜨겁게 데운 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어 국물까지 싹 비웠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작스럽게 배를 쥐어짜는 통증과 설사가 몰려왔다. 머릿속엔 '뭐 잘못 먹었나…'라는 생각뿐이었다.


다음 날 우연히 본 뉴스에서 퍼프린젠스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팔팔 끓여도 죽지 않는 식중독균’이라는 설명에, 어제 먹은 그 음식이 떠올랐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리 뜨겁게 데워도, 이 균은 ‘끓인다고 끝나는’ 존재가 아니란 걸.

11422_14618_3157.pn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
봄철 배달 음식, ‘뜨거움’이 안심을 보장하지 않는다

배달음식은 특히 봄부터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위험 요소가 많다. 기온이 오르면 음식 속 세균도 덩달아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은 육류 중심의 배달음식, 즉 도시락·김밥·닭볶음탕·제육볶음 같은 메뉴에서 쉽게 발견된다.


퍼프린젠스는 생명력이 매우 질긴 식중독균이다. 이 균은 일반적인 가열로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 보호막인 ‘아포(spore)’를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아포는 100도 가까운 고온, 심지어 건조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다. 마치 낙엽 사이에 숨어 있다가 다시 햇살이 드리우면 기지개를 켜는 곰처럼, 조건만 맞으면 부활한다.


그래서 조리 후 식은 음식을 다시 데워 먹더라도 이 균이 완전히 사멸되진 않을 수 있다. ‘뜨거우면 안전하다’는 착각이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11422_14621_4514.pn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
퍼프린젠스균, 그 작은 방심이 부른 후폭풍

이 균에 감염되면 증상은 먹은 후 6~24시간 사이에 시작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물설사와 복부 통증. 대부분은 하루 안에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노약자에게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한 해에만 452명의 환자가 퍼프린젠스균 식중독을 겪었다. 이는 2년 전보다 70% 이상 급증한 수치다. 배달음식이 생활 깊숙이 파고든 만큼, 이 숫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건설현장이나 학교 급식처럼 대량으로 조리되고 한참 뒤에 섭취되는 환경에서는 그 위험이 더 커진다. 실제로 2022년 한 건설현장에서 닭볶음탕을 먹은 90여 명이 집단 식중독을 겪었다. 당일 조리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보관 방식 하나로 수십 명이 고통을 겪은 셈이다.

11422_14620_372.pn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
조리 후 2시간, 골든타임이다

퍼프린젠스균을 피하려면 음식 보관과 섭취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수칙은 꼭 기억해두자.


✔ 조리 후 2시간 이내 섭취하기. 이 시간이 지나면 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 조리할 땐 중심온도 75도 이상, 1분 이상 가열이 기본이다. 겉만 익었다고 끝이 아니다.

✔ 보관 시엔 5도 이하 냉장 보관. 대량으로 조리한 음식은 용기를 나눠 담아 빨리 식혀야 한다.

✔ 야외활동 땐 아이스박스를 필수로 사용. 차량 내부에 음식 방치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 특히 김밥, 샌드위치, 육류 반찬 같은 메뉴는 기온이 높은 날이면 더 빨리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에 사서 점심에 먹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11422_14619_3536.pn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
우리가 조심해야 할 건 ‘날것’만이 아니다

식중독 하면 흔히 ‘익히지 않은 음식’만 생각하지만, 익힌 음식이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퍼프린젠스균은 가열, 냉장, 재가열을 통과해도 생존할 수 있는 끈질긴 존재이기 때문이다.


조리 환경을 통제할 수 없는 배달음식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위생 상태가 우수한 업체인지, 조리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음식이 어떤 상태로 도착했는지까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배달음식 시대, 식중독 예방도 ‘비대면’에서 ‘직접관리’로


식중독 예방은 단순히 식당이나 조리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제는 소비자도 스스로 위생의 마지막 관문이 돼야 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

혹시 오늘도 남은 고기 반찬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다시 먹으려는가? ‘팔팔 끓이면 괜찮겠지’라는 안심 말고, ‘조리 후 얼마나 지났는가’, ‘어떻게 보관했는가’를 먼저 생각해보자.

작은 실천이 건강을 지킨다

✔ 배달음식은 가능한 빨리 먹자.

✔ 남긴 음식은 2시간 내 냉장고로.

✔ 재가열할 땐 충분히, 그리고 꼼꼼히.

✔ 무더운 날 외부에서 먹을 음식은 ‘보관’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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