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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 아직도 그냥 지나쳤나요?

"설마"가 만든 비극, 패혈증과 여성의 조용한 심장마비 신호

by 사람인척

2023년 11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거주 중이던 28세 여성 샤지아 비비(Shazia Bibi)가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위장 증상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입원 후 급속히 상태가 악화되었고 결국 패혈증(Sepsis) 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의 오진 및 대처 지연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며 의료 과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 보도에 따르면, 샤지아는 병원 내원 당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심박수, 의식 혼란, 극심한 피로감 등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경구용 항생제를 처방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후 약이 도착하기까지 약 9시간이 소요됐으며, 이 시간 동안 샤지아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샤지아의 남편 하산 비비는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를 과소평가했다”며 “처방된 항생제도 감염의 정도에 비해 맞지 않는 약이었고, 결정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주장했다. 샤지아는 이후 장기 기능이 하나씩 정지하는 다발성 장기 부전(Multi-organ failure) 을 겪었고, 결국 수술 중 사망했다.


현재 유족 측은 병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며, 병원은 패혈증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점과 항생제 투여의 지연에 대해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 없음-2.pn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
패혈증, 초기 대응 놓치면 생명 위협

패혈증은 감염이 전신에 퍼지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응급 상황으로, 빠른 시간 내 치료가 생존의 관건이다. 감염균이 혈류를 타고 돌면서 장기 기능이 마비되거나 괴사에 이를 수 있으며, 치사율이 매우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보건 전문가들은 패혈증의 초기 증상으로 38도 이상의 고열, 심박수 증가, 저혈압, 의식 저하, 빠른 호흡, 저체온증 등을 들며, 일반 감기나 위장염과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의 조기 인식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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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복통’은 심장 질환의 신호일 수도

이번 사건은 패혈증 외에도 또 다른 중요한 건강 이슈를 드러낸다. 여성 심장질환의 비전형적 증상이다. 샤지아가 처음 복통을 호소했던 점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여성 심장마비 증상의 한 형태일 가능성도 지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은 남성과 달리 가슴 통증 없이 복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피로감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여성의 심장마비는 ‘무언가 가슴 위에 눌러앉은 듯한 느낌’이나 ‘속이 타는 복부 통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형 증상일수록 조기 검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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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예외 아냐…패혈증 사망자 10년 새 3배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패혈증 사망자는 6928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13.5명 수준이다. 이는 2012년(4.3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와 항생제 내성 증가, 만성질환자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당뇨병, 암, 심부전, 만성 신장 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어 패혈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은 감기, 복통 등 가벼운 증상이라도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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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의 감각이 생명을 구한다


샤지아의 사망은 단순한 의료 과실을 넘어, 환자 본인과 보호자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초기 증상이 애매하거나 가벼워 보이더라도, 증상이 반복되거나 빠르게 악화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패혈증 및 심혈관 질환과 같은 응급 감염성 또는 순환기 질환은, 진단의 타이밍과 치료 개시 시간이 생존률을 결정짓는다.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치료는 빠른 의심”이라며, 일반인도 ‘설마 괜찮겠지’라는 마음보다는 ‘혹시나’라는 감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건강 체크리스트로 위험 신호 미리 감지해야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단순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 복통, 오한, 두통 등과 함께 의식 저하 또는 맥박 이상

- 고열 혹은 반대로 체온 저하

- 숨 가쁨, 식은땀, 심한 피로감

- 최근 감염 이력이 있으며,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


샤지아의 남편 하산은 “아내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가 되길 바란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 시스템은 물론,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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