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플랜 B를 준비하는 사람일까

by 프로이직러


돌이켜보면 나는 한 번도 한 가지 길만 바라보고 달려본 적이 없다.


은행에 다닐 때도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고, 외국계 기업에 있을 때도 다음 선택지를 염두에 두었으며, 공기업에 있으면서도 시험을 준비했다. 7급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고, 안정적인 자리에 앉은 뒤에도 다시 유학을 결심했다.


항상 플랜 A 옆에는 플랜 B가 있었다.
어쩌면 나는 언제나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준비하며 살아온 셈이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해 왔을까.


사람들은 그것을 도전이라 불렀고 능력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 거창하게 움직인 적이 없다. 은행은 ‘4시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좋아 보여서 선택했다가, 그 시간이 가장 바쁘다는 것을 알고 사기당한 기분을 느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외국계로 옮겼고, 잘 나간다는 회사에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걸 보고는 안정적인 공직을 떠올렸다.


그 어떤 선택도 치밀한 계산의 결과는 아니었다.
기회비용을 따져본 적도, 인생 설계를 완성해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담하거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늘 현재에 완전히 안주하지 못했고, 이것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감각에 움직였다. 그래서 한 가지 선택에 모든 것을 걸어본 적이 없다. 내게 플랜 B는 보험이라기보다 탈출용 구명보트에 가까웠다.


혹시라도 상황이 나를 밀어낼 때, 내가 먼저 방향을 틀 수 있도록.


그 대신 나는 현재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했다.
직장에서는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했고, 마음 한편에서는 다음을 준비했다. 늘 안정은 원하면서도, 행동은 불안에 가까웠다. 그래서 쉽게 지쳤다.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실패였을까.
아니면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무는 것 자체였을까.


혹시 내가 이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면, 선택권을 잃어버릴까 봐.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환경이 나를 결정해버릴 것 같아서.

플랜 B는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출구를 열어둔 채 사는 삶은 늘 약간의 긴장을 동반한다는 것을.

완전히 기대지도, 완전히 뿌리내리지도 못한 상태.


예전에는 그것을 현재에 대한 불신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선택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태도라고.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본다.

플랜 B는 실패를 전제로 한 계획이 아니라, 가능성을 닫지 않겠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길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은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인생을 하나의 서사로 고정해버리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사람인 것 같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역할로만 설명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게는 더 큰 불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다른 이름을 준비했다.
회사원 옆에 수험생을, 공무원 옆에 대학원생을, 안정 옆에 배움을.


나는 아직도 완전히 몰입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플랜 B를 준비하되, 플랜 A를 소홀히 하지 않는 법.
떠날 준비를 하되, 지금의 자리에 충분히 서 있는 법.


아마 나는 앞으로도 플랜 B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겁이 많아서라기보다, 나를 살아 있게 해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도망치기 위한 플랜 B가 아니라 확장하기 위한 플랜 B를 준비하고 싶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현재를 살면서도, 조용히 다음을 준비한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넓어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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