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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Mar 02. 2024

이끼 그리고 나무의 탈피

3월의 문턱에서

나무 그리고 이끼 by 꿈그리다

3월의 첫날,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어 오지만 햇살은 따뜻한 온기를 내어 줍니다. 계절이 바뀌는 숲은 매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작은 생물들이

땅 속에서, 땅 위에서 봄맞이 단장을 바쁘게 하고 있습니다. 까치는  집을 다시 리모델링하는지 연신 진흙을 고르고 물어 나르며 집수리에 들어갔습니다. 고니와 청둥오리들은 서둘러 추운 나라로 떠나고 없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봄을 앞둔 지금은

싱그런 초록잎, 하얀 눈꽃도 없는 모습으로 숲이 가장 삭막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가을엔 그나마 가지를 비운 나무 아래 오색 단풍들이 카펫처럼 깔리지만, 지금 이 시기는 참으로 애매한 시기거든요.

채울 색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3월의 숲은

마치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숲 산책길 중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곁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어쩐 일인지 몇 주전부터 자꾸 나무 아래에

나무껍질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나, 둘씩 떨어져 있을 땐 몰랐는데

오늘 지날 때는 무더기로 떨어져 있었어요.  

이 나무를 보며 혹시..., 이제 생을 다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표면을 만져보니

여전히 수분이 느껴지고  

살아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성인 남자 키를 훌쩍 넘는 이 커다란 나무가 이상하게 위쪽만 껍질을 벗고 있더라고요. 죽었다고 하기엔 뿌리와 아래쪽 줄기가 너무도 튼튼했거든요. 날짐승들이 나무를 쪼는 것인지 다람쥐나 청살모가 나무를 타며 저리 된 건지

참 아리송합니다.

메타세콰이어 열매가 툭! By 꿈그리다

나무 주변에 떨어진 껍질을 하나씩 주워보았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발밑에 메타세쿼이아 열매도 하나 주웠습니다.

나무 아래 보송보송 초록잎을 뽐내고

 있는 이끼도 눈에 띕니다.

떨어진 나무껍질은 뒷면을 보니 얇은 종이처럼 겹겹이 떼어집니다.

폭신폭신한 촉감이 너무 좋습니다.

강가에 있는 억새도 하나 챙기고요.

억새 홀씨를 모두 날려 보내고

이젠 앙상한 대만 남아 있어요.

어머낫!

이게 누굴까요?

땅 위에 떨어진 껍질을 모으는 중에 반짝이는

이 주인공은 바로 털납작먼지벌레입니다.

생김과 이름이 썩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검색을 해보니 털납작먼지벌레 라고 나옵니다.

구릿빛 등이 제법 건장하게 보이지요?

털납작먼지벌레 by 꿈그리다

납작먼지벌레가 잠시 옆을

맴돌다가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오후 빛이 더욱 은은하게 퍼질 무렵에

나무를 감싸고 있는

나무연지이끼를 보았습니다.

연두 연두한 자태를 보십시오!

손끝으로 이끼를 만져보니 보송하고

폭신폭신하니, 그 느낌이 신기했습니다.

노랗게 꽃을 피운 것 같은 나무연지이끼는

봄햇살 스포트라이트를 흠뻑 받고 있네요.

초록 이끼 털코트를 따습게 둘러 입었습니다.

나무연지이끼는 삭의 앞부분이 붉은색 새색시 연지처럼 변하는 모습을 보고

지어진 이름입니다.

저리 동글동글한 부분이

붉게 물든다 고 합니다.

이끼는 삭막한 간절기 시간에 눈 정화를 제대로

 시켜주는 명물입니다.

이끼는 최초의 육상식물이라고 하지요?

전 세계에 1만 6천여 종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중 아래의 나무연지이끼는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은 나무 위나 돌담 등에서 흔히 보이지요.

나무연지이끼 by 꿈그리다

이끼는 이토록 작은 모습이지만 자기 몸무게의 5배 정도의 물을 저장 가능하여 홍수나 가뭄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작은 생물들에게는

 고단한 삶의 포근한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보송한 이끼 카펫에서 일광욕 한 번 하실래요?


작지만 큰 세계!

혹, 주변에 나무 위와 돌담에서 이끼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갖은 봄꽃이 개화하기 전에

여러분의 고운 눈길 한 번 주시길요.

비록 작디 작아서 눈에 띄이지 않더라도

숲에서 제 몫을 톡톡히하고 있답니다.



글,사진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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