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시작하던 첫날! 어색하고 쑥스러운 첫인사를 하며 자기소개를 하던 우리들은 어느새 막역한 그림책 동지들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작업 여정을 잠시 정리해 보자면,
브레인스토밍(”나는 어떤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가? “)-키워드 찾기-키워드로 참신한 한 문장 만들기- 키워드가 들어간 문장으로 짧은 글 쓰기- 손바닥그림 (대표) 그리기- 스토리보드 작성하기(스토리보드는 실루엣 윤곽선만 해도 됨)- 글 다듬기-스케치하기-채색하기
-그리고 교정과 편집(그림에 글 올리기)
크게 위의 내용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꼬박 한 달 하고 2주가 걸렸다. 사실, 전체적인 모든 과정은 4주 안에 끝났지만 보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반영하여 2주가 더 보너스로 주어진 것이었다.
카톡방에 끊임없이 각자가 그림 그림과 글내용에 대한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우리 모두 정말 열정이 굉장했던 것 같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자신의 분신 같은 책 하나는 만들어 보고 싶었다. 기획부터 출판 까지라는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림도 모두 마무리 작업을 하고 출판업체와 함께 글과 그림의 배치와 글꼴 등을 정리하였다.
출판업체에서는 수정작업을 1회에 한하여 무료로 제공해 주고, 그 이후에 요청되는 수정작업은 그 외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였다.
한글 파일에 글을 정리하고 자세히 페이지 넘버와 글의 배치를 요청하였다.
예를 들면, 의성어나 의태어는 귀여운 손글씨 느낌으로. 주인공의 대사는 책의 우측 상단에혹은 가운데 지점에.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적어 보내었다.
첫 확인용 PDF파일을 받았을 때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림이 판형에 맞지 않아서 그래서인지 우리 회원들의 대부분의 그림 하단이 잘려나가 첫 편집본은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하물며 나를 포함한 몇몇 분들의 그림은 장면이 뒤바뀌어서 다시 수정을 요청해야 했다.
컷이 뒤바뀐 것은 매우 드러나는 오류였기에 바로 수정해 주었다. 12월 1일 원고 마감 후 출판업체에 넘긴 다음 한 달이 조금 남짓 더 걸렸을까? 2024년 1월 17일 최종 확인용 파일을 받아 보았다. 그 사이 더 조정이 필요한 회원들은 더욱 출판업체와 메일과 전화 등으로 긴밀히 조정을 하였다. 모든 것이 컴펌이 되고 드디어 1월 29일 인쇄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2024년 2월 20일에 우리의 그림책이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는 연락이 기획자님으로 부터왔다.
연락을 받고 괜스레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우와아!~ 드디어 내 이름이 찍힌 그림책이 내 손에... 내 손에 나의 글과 그림이 들어간 책이 들어왔다.
”나는 똥이 좋아! “ 나의 그림책의 제목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똥을 영차영차! 둥글게 굴리고 있는 쇠똥구리.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우리의 지구에 엄청난 일을 해 내는 쇠똥구리를 표현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하찮은 미물이라고, 또 어떤 이는 더러운 똥 굴린다고 무시할지 모르는 쇠똥구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막연한 그림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시작한 지역 문화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를 한 것이었지만. 어느새 나는 내 이름으로 만든 그림책이 있는 그림책 저자가 되었다.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이었는가.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꽤 커다란 한 지점이다. 글과 그림을 모두 해냈다는 것이 정말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림책 도록 (좌) 나는 똥이 좋아!(우)
초보그림책 작가라 쪽수도 얼마 되지 않는 그림책이긴 하지만 난생처음으로 만들어 본 그림책이었다. 나 스스로가 너무 뿌듯하였다. 쇠똥구리의 모습을 일정하게 같은 모습으로 그려내기 위해 그리고 지우기를 진짜 수백 번을 더 한 것 같으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워보지 못한 내가, 보태니컬 아트 일주일에 한 번 석 달 배우고, 겁 없이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그림책을 써보겠다고 나섰다. 용기가 참 가상하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그리고 색칠하고 10월의 한 달을 정말 꽉 차게 보냈다. 그리고 또 한 번 실감하였다.
시작이 반이라고.
어떠한 어려운 일도 시작하니 맺음을 하게 되더라. 첫발을 떼기가 힘들 뿐 막상 한 발 한 발 떼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무리 할 수 있는 큰 힘을 기르게 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피부로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우리 회원들은 요디 기획자님의 공방에 모두 모였다. 첫 마음은 출판기념회를 하자는 마음이었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후 시일이 두 달여쯤 되어가니 모두가 각자의 일상에서 다시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나 역시도 정신없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 바쁜 일상이 지나는 동안 일곱 명의 그림작가들이 이렇게 탄생하였다. (10명으로 시작하였으나 완성한 회원님들은 7명으로 마무리)
이야기도 그림도 모두 제각각 개성이 넘치는 일곱 명의 그림책 작가들이 그들의 꿈을 그림책을 통하여 전달하고 싶어 함께 모였다. 각 회원들의 이야기과 그림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을 장착하고,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빛을 뿜어내었다.
정말이지 각각의 이야기가 참으로 겹치는 것 없이 다채로웠다.
기본적으로 이 그림책 프로젝트는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로컬 지역의 숨어 있는 공간들을 이용독려를 목적으로 한 문화공모사업 중 하나였다. 문화기획자 요디기획자님이 지역 내의 서점과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기획을 하였던 것이다.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그림책 기획에서 출판까지 '작가의 탄생'이라는 출판 플랫폼을 통하여 운영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기업체, 학교, 동아리를 주축으로 그림책 출판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교육을 받는 대상에 맞게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직작가님과 배우고자 하는 예비 작가님을 연결시키고 책 인쇄및 출판 (ISBN등록)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 회원들은 그림책을 모두 인쇄출판 하였지만, 아직 ISBN등록은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공모전에 응모를 하고 싶은 요량에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아직 신청을 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그냥 되든 안되든 그런 공모전에 원서라도 내고 싶은 마음으로 응모에 응시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욕심만 앞섰을 뿐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래도, 공모전에 출품을 해보았다는 경험은 왠지 모르는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라 해야 할까? 대견함이라 해야 할까...?
나는 똥이 좋아 by 꿈그리다
처음 쇠똥구리를 그렸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
어떡하지? 저 위의 어둠 속의 쇠똥구리가 딱 내 모습이었다. 울고 싶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작가님과 함께 했던 5주, 그리고 마감시간 추가 1주까지 총 6주 만에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나는 생애 첫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원고마감 전 날 오일파스텔을 엄청 문데고 또 문지르고 곱게 펴냈다. 그 노력에 비해 인쇄된 후의 그림은 오일 파스텔의 느낌이 오롯이 나진 았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엔딩 장면은 내가 제일 아끼는 장면이다.
아래의 책들은 다른 회원님들의 작품들이다.
글로 글로우 회원들 모두는 함께 고생을 한 전우들이다.
어느 누구도 억지로 떠밀려 한 작품들이 아니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에게 더욱 값지고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