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여왕 장미

May,27 단상을 기록하다.

by 꿈그리다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 동네 어귀마다 붉은 꽃이 넘실댄다. 마음이 바빠진 5월은 마치 봄의 끝자락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듯이 앞동네, 뒷동네, 건넛집,

옆집 담장너머로 빨간 꽃들을 뿜어댄다.

장미 울타리 너머의 집은 어떤 집일까?

주인이 누구이기에 이토록 탐스런 장미덩굴을

예쁘게 키워낸 것일까?

이 탐스러움은 누군가의 끊임없는

보살핌의 결과일 것이다.

그와 함께 어린 왕자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던

장미가 지구별에 이토록 많음을 보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배신감? 혼란스러움?

왜 어린 왕자의 장미는 그에게 그토록 소중했을까.

그가 장미에게 쏟았던 정성과 사랑이, 그리고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에 그랬다. 난 하루 중 넋을 놓고 지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볼 때가 종종 있다.

같은 사람들인데 어쩜 이리도 다 다른 걸까?

각양각색의 모습과 행동들을 관찰하다 보면

내가 맺고 있는 많은 관계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저리 스치고 지나는 그 누군가와도 인연-친구의 인연, 부부의 인연, 동료의 인연 등- 될 수도

있었겠지? 현재 내 주변에 있는

내 관계들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많은 관계들 속에서 상처받고 실망하지만 그럼에도 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노력이 사랑으로 발전이 되는 건가?


관계라는 그물망이 없다면

우린 끝없이 외로울 것이다.

어린 왕자가 그토록 상처받고 실망했지만

끝까지 지키고자 노력했던 장미에게로

다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만의 장미에게로 돌아간 이유도

사랑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아닐까

It's the time you spent on your rose that makes your rose so important.
The Little Prince

당신이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것은

당신이 장미에게 공들였던 시간 때문입니다.

까만밤 하늘을 붉게 수놓은 덩굴장미
밤하늘과 붉은 장미는 너무도 잘 어울린다.
아직 우리마음의 눈엔 사랑의 장미하트가 보인다.
꽃길만 걷자

오랜 벗과 함께 밤길을 걷던 중

만난 동네 덩굴장미

장미파크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풍성하고

아름답다.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붉은 덩굴장미!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내 친구가 빙그레

웃으며 한참을 쳐다보는 여고생들은

뭣에 웃음이 터졌는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꺄르르 뒤로 넘어간다.

그 여학생들을 바라보는 내 친구 J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큭!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겠지?

시답지 않은 작은 이야기에도 배꼽 잡으며

웃음을 터뜨렸던 그 시절이 문득 스친다.

장미가시에 찔려가며

베스트 포토존을 찾아 이리 저러 움직이는

저 학생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아마도 딸뻘이지?

나야 결혼을 늦게 했다지만, 이른 결혼을 한 친구들의 아이들은 이미 군대 다녀온 아들이 있고,

대학에 들어간 딸도 있다.

언제 이리 시간이 간 걸까?

해마다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에서 ,

나 그리고 나를 포함한 우리는

얼마나 변한 것일까?

변함은 그저 외형적인 변함뿐이 아닌 것이라,

내 풋풋한 마음도 호기로운 기개도

삶의 지혜와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쓰고 있는 게 아닐까?

경험은 생겼으나 신중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용기를 잃은 나의 현재마음!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이

때를 지켜가며 우리에게 볼거리

생각거리를 주는 소중한 자연에게

사랑과 큰 감사를 전해야겠다.

나 또한 대자연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며,

대가 없이 누린 것에 대한

책임을 꼭 져야 하는 존재이므로...

사랑은 반드시 책임과 함께한다.

내손안에 가득한 탐스러움
비슷해보이나 저마다 다 다른 꽃잎들

모두가 그렇듯 자신의 장미는 특별하다.

저마다 장미들을 위하여 공들인 시간과

함께한 삶의 에피소드 농도가

그 장미를 세상에 단 하나의 장미로

만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인연들 중

나의 장미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어쩌면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삶의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책임 지기 싫어하고 소비형 관계를

추구하는 요즘 같은 시절에는 더욱 그럴 테니.


당신은 당신만의 장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 장미가 무엇이라도 좋다.

비단 사람이 아니더라도

취미, 공간, 일, 나눔

그 무엇이라도 나만의 장미를 만들어 보자.

글,사진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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