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드는 것들

아픈 몸, 멈춰 선 생각

by Crystal

이틀을 꼬박 아팠다.

온몸이 누군가에게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늘 문제였던 손목은

이제 물컵 하나 드는 일조차 힘들었고,

이번에는 무릎까지 말썽이었다.

앉았다 일어나는 단순한 동작도

통증 앞에서는 쉽지 않았다.


그 핑계로 주말 내내

이불과 나의 노트북을 끌어안고

하루를 뒹굴며 보냈다.


가만히 쉬면 될 텐데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삼시 세끼 중 한 끼는 만들어야만

그나마 죄책감이 덜한 사람처럼,

결국 진통제까지 먹어가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한다.


이틀 동안 누워 있으면서

계속 머릿속을 맴돈 단어가 있다.


“스며들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물, 빛, 냄새, 공기 같은 것들이

어떤 틈이나 물질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것을 말한단다.


조용히.

천천히.

경계 없이.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안과 밖의 구분이 흐려지고

자연스럽게 번져

결국 그 성질을 바꾸어 놓는다.


3월의 시작도 그렇다.

어느덧 해 뜨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고

해 지는 시간은 조금씩 늦어진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아닌데

분명히 무언가는 변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소리 없이,

계절은 그렇게 스며들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도 그럴 수 있는 걸까.


나도 모르게 자리 잡은

습관들, 관계들, 생각들처럼

좋은 것들도

조용히 스며들 수는 없을까.


공부하는 시간,

운동하는 마음,

나를 돌보는 선택들,

숨을 깊게 쉬는 연습.


억지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돌아보았을 때

이미 내 일부가 되어 있는 상태.


어쩌면 스며듦이란

크게 결심하는 순간이 아니라,

작은 선택이 반복되며

시간 속에서 방향을 바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계절이 나도 모르게 바뀌듯,

나 또한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변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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