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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한 삶이 좋아 Sep 26. 2022

귀한 시간

대동단결 합시다 !!!

간만에 우리 가족의 완전체. 아들 딸이 직장 근처로 거처를 두니 점점 주중에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장면이되었다. 주말이나 되어야지 가능하지만 그나마 아들과 딸 중 하나라도 개인 일정이 있으면 그마저 힘들다. 나의 가족은 모두 주당이라 만남이 이루어진 날은 거의 이런 '한잔 하자'하는 판을 벌인다. 주종은 가리지 않고. 가끔 트랜디한 술로 핫한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저녁식사 후 가볍게 '시작할까?' 시동이 걸리더라도 자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엔 여지없이 빈병들이 나열해있다. 냉장고 속 술병들이 식탁으로 모두 이동한 것이다. 속이 모두 비어있는 채로. 


다음날 아침 집안에 인기척은 없다. 새벽녘까지 술에 젖어있었으니 오죽 하겠는가. 나만 조금 이른 시각에 일어나 술국을 끓이느라 사부작거릴 뿐.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몇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아들과 딸은 자신들의 거처지로 갈 것이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솜씨를 부려본다. 가끔 일요일도 출근해야 하는 남편에겐 일찌감치 아침밥상을 차려준다. 나의 정성으로 남편의 피로가 조금이라도 풀리기를 빌면서. 남편은 적은 양이지만 잘 먹는다. 고맙다. 그러고 나면 부시시한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 아이들 역시 입맛이 없었을 텐데 엄마가 차려주는 밥과 국 그리고 반찬들을 맛있게 먹는다. 고맙다. 


이렇게라도 일주일 중 오롯이 24시간동안만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는 에너지를 얻는 모양이다. 아무말 대잔치하듯해도 한바탕 웃을 수 있고, 진지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며 거기에 보완이나 개선을 바라는 분위기에선 아직도 아들과 딸에게 보호자로서 역할이 나에게 남아 있는 듯해 무척이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언제라도 몸과 마음이 허락된다면 나는 기꺼이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매주 금요일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주말 상차림을 위해 마트에 가서 남편과 아이들 취향에 맞춘 먹거리를 사올 것이다. 이런 행위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면 역설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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