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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한 삶이 좋아 Oct 23. 2022

일단 행함에 있어서.

미리 생각하다 주저하여 놓치고 이내 후회, 그러함을 지양한다.

   멈추었던 세상의 시계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다. 주변은 코로나19라는 암흑 터널을 겨우 빠져 나와 얕은 들숨 날숨으로 안정을 찾아 가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억눌렸던 감정을 폭발적으로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주말 여기 저기 도로엔 차들이 넘치어 정체가 아침부터 밤시간까지 이어지고, 중단했던 행사들의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거리 여기 저기 걸려 있다. 

   '이렇게 많은 행사가 있었나? 가을이라는 하나의 계절임에도 크고 작은 규모로 참 다양하다니'

   하긴 요즘, 올해 가을은 하늘이 너무 청명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 거리에 오가는 인파가 점점 늘어나고, 근처 공원에 돗자리 깔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무리로 공원의 빈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 지난 여름, 지난한 비로 여간 거북스러운 탓은 아닐까. 비 피해도 많았었고. 습하고 높은 기온 탓에 불쾌 지수 또한 꽤나 높았었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을 하는 통에 장바구니는 점점 가벼워지니 그 또한 스트레스 지수를 한껏 고조 시켰었던 여름을 보내고 맞이한 가을이다. 그런 고행길에 끝에 만난 오아시스처럼 사람들 사이로 스며든 가을이니 환장할만 하지 않은가. 갈등을 해소하듯 탄산수와 같이 똑 쏘는 상쾌함이 도는 맛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늘색이라는 말보다 '블루 스카이'라는 단어가 왠지 감칠나게 어울린다. 이러한 계절의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곤 끝내 집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만이 그런 마법의 속성이 있다고 여겼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가을도 그렇다. 곧 알록달록한 물결이 북쪽부터 밀려 올 것이다. 빨주노초파남보와 같은 색으로 산야가 불타오는 시간이 되면 광란의 이동이 이어질겠지. 찰나처럼 스치는 절기를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또 몸부림을 치겠지. 

   세상 돌아가는 일이 영원한 것도 함부로 단정지을 것도 아니다. 


나도 남편과 토요일 오전, 그런 흐름에 동참하고자 한 행사장에 들렀다. 여러 개의 부스를 기웃거리며 먹기도 하고, 만져 보기도 하고. 구입할 물품을 선별하며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볏짚으로 소품을 만드는 부스. 

농부로 보이는 할아버지 두 분이 만드시는 것을 보고 우리도 도전해 보았다. 난생 처음 볏짚을 만져 본 나와는 달리 시골 출신인 남편은 호기롭게 시작을 한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라는 분위기를 폴폴 풍기는 남편, 잔뜩 힘이 들어가니 생각처럼 안되는가 보다. 도중에 달걀이 떨어져 깨지고 바구니 모양이 일그러지고. 그러면서 느릿느릿 하고 있는 나에게 지적도 하고. 웃긴 상황은 예상 밖으로 내가 선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 번의 시도로 완성을 했고. 내가 먼저 미션을 성공하니 남편은 멋적은 모양이다. 쌤통이다. 인증샷 찍고. 옆에서 동참하던 여사님도 수다스럽게 시끌시끌 손을 놀리더니 남편처럼 허당이다. 본인도 웃고 주변도 웃고. 제대로 하나 건지고 달걀도 무상으로 득템!



아침밥도 거르고 있던 터라 전 부치는 부스를 지나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 가격도 너무 착하다. 한장에 이천 원. 깻잎을 메인으로 한 채소전이다. 크기가 왠만한 해물전은 저리가라할 정도이고 막 부쳐낸 아는 맛이라 더욱 침샘을 자극한다. 

시골 아낙네의 인심이 어찌나 후한지 시식으로 내놓는 양이 어마어마하고 눈치없이 먹어도 그저 너그럽게 더 먹으라고 한다. 정신없이 혼절하도록 먹고 먹고 한다. 감사의 표시로 '정말 맛있어요. 솜씨가 대단하시네요'를 남발하고. 레시피를 물어보기도 하고. 나의 얍쌉함에 어이없긴 하지만 맛있음에 민망한 행태는 한동안 이어졌다. 

   기분 좋게 내 뒤에서 시식을 하려고 기다리는 이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깻잎 부침개 두 장, 사 천원 그리고 생깻잎 한 봉지, 이천 원 주고 구입했다. 정말 행복한 소비다. 돈을 쓰고도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음식을 하는 아낙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그로인해 잃어 버린 줄 알았던 정겨운 인심도 되찾은 듯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자신들의 수고와 시간을 할애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부질없다고 생각한 나의 오류를 일깨운 시간이었다. 이래서 혼잡함을 무릅쓰고 다들 길을 나서는 모양이다. 이제 함부로 단정하는 편견은 지양한다. 이제 나도 그들처럼 그 물결 속으로 들어가 희노애락을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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