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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한 삶이 좋아 Sep 26. 2022

손만두로 생일선물 퉁!

만두는 사랑이에요

묵은지 김치 만두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집 식사로. 냉장고 속 식재료를 줄이려고 시작한 '만두 빚기'여서 정체성을 말하기 좀 난해한 만두 완성체가 매번 탄생한다. 혀에 느껴지는 맛이 같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레시피없이 나의 감각에 절대적으로 빗어낸 만두라서. 주재료는 묵은지 배추김치, 무우청, 쇠고기가 주료이고 그때그때 본능이 이끄는 재료들을 더한다.  만두소 재료마다 물기를 짜는 일이 쉽지 않은 건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의 힘을 모아서 꾹꾹 눌러 짜야 하는 과정이다. 만두피 봉합할 때도 역시 꾹꾹 눌러야 한다. 생각없이 시작한 일이라 만두 빚는 과정이 이리 고된 일인줄 번번히 느끼지만 곧 잊어 버리고 만다. 다 빚은 만두를 찌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보니 급피곤함이 온몸에 와락 달려들고 한동안 주저 앉아 있기도 한다.

4차 김치 손만두 ^^

재작년 김장김치가 제대로 묵은지 자태를 뿜어낸다. 시기도 겨울이고 만두와도 찰떡궁합인 계절이라 절기음식으론 아주 딱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직접 만들기가 어렵고 번거롭기 때문에 시판만두를 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몇차례에 걸쳐 만두를 빗고 보니 먹고 남아 냉동실에 보관 중인 만두도 있고 해서 이번에 만든 것은 동서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사전 연락 없이 동서를 찾아 갔다. 서프라이즈한 장면을 떠올리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동서는 인근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터라 퇴근 시간에 맞춰서 가면 만날 수 있다. 역시 예상대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날이 동서 생일이란다. 만두가 갑자기 생일 선물로 되는 순간이다. 신분 상승된 만두랄까. 아무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준 동서에게 내가 더 고맙다. 정성을 다했기에 맛이 좀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어쩌다 벌어진 일로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까지 뿌듯했다. 이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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