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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한 삶이 좋아 Dec 16. 2022

슬픔의 무게

영정사진 속 그녀는 참 곱다. 정갈한 한복 차림이 그녀의 자태를 더 도드라지게 했다.

62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에서 지나간 세월의 흔적은 읽히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부고라니! 


<부고>라는 글자를 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서너 번을 읽고야 그녀의 부재를 알아챘다.

"왜? 무엇 때문에? 

아팠나? 아니면 사고였나?" 

아무리 추리를 해도 어려웠다.

성년이 된 아들과 딸이 적당한 때에 감사하게도 일가를 이루었고,

정년퇴직한 남편도 재취업했고 살뜰하게 마눌님을 챙기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녀도 자신의 일을 하다가 정년이 되어 쉬게 된 것도 불과 몇 달 전이라 했다.

일을 그만두고 마음의 병이 생겨 치료를 받던 차에 일이 터진 모양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그녀가 살던 시간이 어떠했을지 

그녀가 겪었을 어려운 일들을 상상해 보았다.

쉽지 않았다.

시간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었나.

나이 들어 확인되지 않은 직관에 스스로 무너진 걸까.

그녀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했다. 

새벽 시간 홀로 생을 종료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도록 했을까.

살고 싶어서 병원 치료도 받고 

살고 싶어서 딸에게도 속내를 털어놨음에도 버티기 힘들었나.

사진 속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배우자의 고통을 곁에서 숨 죽여 지켜보아야 하는 이가

엄마에게 더 이상 사랑의 손길을 내밀 수 없는 아들과 딸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형벌은 생각할 수 없었을 만큼 그녀가 힘들었나 생각하니 

마음이 갈래갈래 찢어진다.


유달리 부부 사이가 좋았었기에 그녀의 죽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겨진 이의 모습이 더 애처로웠다.

축 처진 어깨를 타고 비통한 흐느낌이 내려오고 있었다.

"고생 고생하다 아들 딸 결혼시키고 이제 살만하다고 했는데 이 지경이 되었다."

 "어찌 살아가야 하나 모르겠다."

"크리스마스이브엔 아내의 생일이라 아이들이 식당도 예약했는데..."

눈시울이 붉어진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영면에 들어간 그녀에게 이젠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안하시라 하고 돌아섰다.

부디 남아 있는 가족들이 무탈하시길 기도한다.


오늘

눈이 소복소복 쌓이도록 내린다. 

그녀를 보내는 길이 더 서글프다. 

나의 시어머님을 선영에 모시던 날도 

이렇게 눈이 하염없이 내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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