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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한 삶이 좋아 Sep 26. 2022

문의하려다 결국 질책으로...

신선한 상태의 배송을 원했을 뿐이다.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oo 고객센터에서 온 전화였다. 전날 내가 항의한 점에 사과를 하고자 했고, 다른 불편 사항을 있다면 취합해 시정하겠다 했다. 사실 나는 전날 일에 대해 다시 들추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피드백을 함으로써 동일한 일로 향후 고객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겠다는 고객센터 직원의 말에 그 때 (내가 그 고객센터에 질타를 함) 벌어진 경위를 상세히 말해 주었다. 

고령인 친정엄마의 보신을 위해 한우고기랑 생수를 온라인몰에 주문을 넣었다. 신선 상태로 받으시길 원했기에 '새벽배송'을 택했다. 결재액에는 강제적으로 '보냉백보증금' 항목으로 3천원이 더해졌다. 그려러니 했다. 당연히 보냉백에 담겨져 배송되겠지 했다. 엄마로부터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엄마는 누런 종이봉투랑 비닐봉투가 보냉백인줄 아시고 회수 장소에 내놓고 사진을 찍어 보내신 것이다. 

배송완료 사진
엄마가 회수용 보냉백인줄 아시고 집 밖으로 내놓신 사진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챙겨 드세요'라고요... 드시게 하려고 신선한 고기를 보내드린 것인데 아니네요라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러려니 했다. 그럼 보증금은 뭐지, 왜 받은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객센터에 문의 후 환불 요청을 하려고 했다. 전화 응대를 하는 직원은 메뉴얼 대로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말들만 늘어 놓았고 내가 하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은지 나의 말을 계속 끊으며 그쪽 시스템 원칙만을 반복했다. 듣다보니 이런 전화를 한 내가 마치 잘못한 것이라며 내 탓으로 돌리는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강한 어조로 내가 항변을 한 것은 아니다. 감정배제하고 일에 대한 조율을 요청하려던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직원의 대응에 화가 치밀었다. 고객이 무엇 때문에 전화를 했는지 듣기보다는 그 업체 시스템 원칙만을 내세우는 것이 나의 분노를 일으켰다. 나는 대놓고 화를 내었다. 답답해서. 내가 사과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나를 질책하듯이 하는 것에 정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오전7시 이전 배송, 신선 배송, 보냉백에 넣어 고객에게 배송, 고객의 요청을 제대로 듣는 것

내가 업체의 과오로 지적한 사항이다. 원칙을 벗어난 게 나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그 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쪽에서 내세우는 원칙에 대한 나의 권리,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뿐이다. 보냉백 보증금은 환불 받았다. 내가 원하는 루트로 받지 못했다.  진짜 웃긴 일이다. 어이없다. 본사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하니 마지 못해 환불해 주는 행태가 어이없었다. 첫 거래라서 보냉백을 무상으로 준다더니 두번째 주문에는 무조건 강제 부과하는 불편을 감수하라고 말하는 업체에 유감을 표하고자 한다. 불쾌한 감정은 오래 끌고 가지 않는다. 나에게 해로운 일이다.  그 업체에 배송을 계속 주문을 넣을지 모르겠다. 나의 선택지는 많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업체 고객센터에서 다시 전화를 받았다, 오늘.

무조건 사과를 한다는 내용으로. 피드백해서 향후 동일한 사안으로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이미 지난 일이라 언급하고 싶지 않았지만 시정하겠다는 말에 전날 정황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일은 예기치 않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소비자로서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분좋게 엄마를 위해 하려던 일이 비록 찝찝한 상태로 마무리 되었지만 다음에 또 이러하게 되더라도 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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