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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한 삶이 좋아 Apr 07. 2023

중첩된 이미지를 찍으러

사진을 배우며 3

출사지는 시민청으로.

시민청은 서울 시청 지하 1,2층에 위치.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부담 없이 즐기고 이웃들과 마을 모임을 즐길 수 있으며, 서울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시민 참여 활동을 유도하는 '비움'과 '유연성'의 공간을 목적으로 기획, 전시, 공연, 토론, 휴식, 놀이, 교육 등 다양한 목적의 시민 활동에 의해 채워질 수 있도록 각각의 목적에 맞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변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 시민청 홈피 발췌


퇴근 시각 시청역 넘실거리는 인파로 혼잡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인적이 드문드문하였다. 

특정한 공간이 주는 낯선 쾌적함이 그곳에 있었다.


수업내용은 <입체주의, 큐비즘>

*입체주의란 인상주의 이후 색채 위주의 표현주의와 대조적으로 형태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사물을 여러시점(다시점)과 입체적으로 표현한 미술이다. 20세기 초에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미술 운동으로 3차원의 사물을 입방체로 그렸고 대표적인 작가로는 피카소, 브라크가 있다. 폴 세잔(붓터치로 원근감, 입체감 표현)으로부터 영향을 받음.

  

*입체주의 작품의 특징으로,

1. 사실주의적 전통인 원근법, 명암법, 인상적 색채, 감정적 표현을 멀리하고 자연의 여러 가지 형태를 

    입체 조각으로 표현.

2. 사물을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본 모습을 모으면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여러 시점에서 본

    형태를 한 화면에서 조합해 그림.

3. 작품에 현실의 신문, 잡지, 벽지 등을 붙이는 콜라주를 이용해서 물질 자체에 대한 의미를 부각함.

4. 사물의 위, 아래, 옆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겨 매우 복잡하면서도 구성적이다.


과제는 이미지 중첩 방식으로 촬영, 유리창 반영을 통해 유리창 안과 밖 그리고 유리에 붙은 이미지를 합치게 찍는 것. 입체주의 느낌이 나게 다시점으로 촬영하기였다.


 

언제나 현장에 도착하면 일대를 주욱 둘러보는 게 최우선이었다. 처음 가보는 장소라면 급선무적인 일이라 안내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촬영 가능 여부를 묻고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맘 놓고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급한 마음은 금물. 천천히 나의 시선으로 재단을 해 본다. 



주어진 과제에 맞게 시끄럽지 않은 이미지를 구성하려는 재단사가 되어야 한다. 미술학적인 식견이 많이 부족하니 배운 이론에서 딱 한 놈만 잡기로 했다. 로우앵글과 하이앵글로.

목을 뒤로 젖히거나 무릎을 꿇은 채로 무념무상으로 셔터를 누르다 현타가 느껴졌다. 삐그덕거리는 노구가 신호를 보낸다. 힘들다고. '어이 ~ 쿠'하는 음이 절로 나왔다. 스쾃 50개씩 하면서, 8 천보 걷기를 하면서 하체를 강화시켰다고 했는데 노화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브라케팅까지 하려니 이미지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예닐곱 컷은 고정된 자세로 숨을 멈춘 채 셔터를 눌러야 했다. 누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손이 지탱하기 힘든지 초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뿔싸.




그래도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과 브라크의 <스튜디오 V>를 생각하며 유리창에 비친 것들을 나만의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전혀 연관성 없는 것들을 한 면에 결합해 구성하면 이상할 법도 하련만 의도된 이미지여서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 맞다. 이렇게 하나씩 섭렵해 가다 보면 뭔가 하나는 걸리겠지.


피에트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처럼 단순하게 이미지를 구성하고 싶어서 로드샵 진열장 위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던 하나의 꽃도 찍어 보았다. 디자인적으로 찍힌 듯해 그런대로 만족.


지난해부터 들꽃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을 모르니 네이버 검색기 돌리다 가던 길 멈추고 한참을 들이대고 있었다. 꽃이 예쁘다. 예쁜 꽃을 찍고 싶지만 아직은 갈 길이 너무 멀다. 미니멀하게 모던하게 찍고 싶은데 길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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