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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N Hayley Oct 04. 2021

국제진료센터에서 무슨 일 했어요?  

나의 첫 정규직 이야기: 국제진료센터 #2

"국제진료센터에서 무슨 일 했어요?" 

"... 영어 통역하고, 영문 영수증 만들어 주고.. 또.. 미국 보험 관련 일을 했습니다!"

"미국 보험? 그게 무슨 일이죠?" 

"제가 있던 곳에는 미군들도 많고, 미국 환자들이 많아서.. 보험회사랑 연락하고.. 청구, 청구했습니다."

"아 그럼 외래 같은 건가?"

"네.. 외래면서 행정부서 같은 곳입니다!"



 위의 대화는 3일 전에 현재 취업된 대학병원의 간호부장님과의 면담에서 나온 대화이다. 나의 면담지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시면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질문하셨다. 마치 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듯이. 

사실 나는 대화에서 보다시피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고 조금 놀랐다.


 나 역시 국제진료센터에 대해 5개월 전만 해도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외래인지, 병동인지, 행정부서인지 전혀 몰랐었다. 그렇지만 경력이 지긋하게 많으신 간호부장님께서도 전혀 모르시겠다는 듯한 질문을 하실 줄 예상치 못했다. 국내에 도입이 된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알아차렸다. 

 처음엔 '나를 시험해보시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심으로 궁금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이내 받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걸까, 버벅거리고 생각이 정립되지 않았다. 

 

 국제진료센터를 그만두자마자 2주 만에 다른 대학병원으로 발령을 받은지라 내가 했던 그곳의 일과 5개월간의 기간들이 몇 개의 단어로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우리 국제진료센터만의 체계적이지 않고 정신없는 듯한 느낌처럼 내 머릿속도 그러하였다. 그러나 저 위의 대답이 오늘 주제의 거의 핵심이다.

  

국제진료센터에서 일하면서 직접 만든 포스터

<그곳에서 내가 했던 일>

1. 의료통역 (영어)

2. 미국 또는 국제보험 환자 보험 조회 및 청구 

3. 영문 영수증 발행 

4. 진료코디네이터 (진료 예약, 일정 잡기, 상담 등 ) 

5. 외래간호: 교육, 약 타다 주기 등

6. 24시간 on-call 통역서비스   


 간단하게 정리하여 크게 5가지로 나눠보았다. 

 종합하면 외래면 외래, 병동이면 병동, 건강검진이면 검진, 우리는 영어를 쓰는 환자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통역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보험을 조회하고 청구도 해주며, 영문 영수증을 만들고 예약 일정을 잡아주고, 원내 약, 원외 약도 타다 주고 필요하면 교육도 해준다. 

  주사를 놓거나, 투약이나 처치를 하지 않는다. 즉 직접적인 간호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외의 모든 크고 작은 서비스를 외국인 환자들에게 제공해준다.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귀와 입, 손과 발이 되어준다. 

 한마디로 VIP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그래서 의료비용도 국민보험에 비해 훨씬 비싸다.) 

 예를 들으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우리나라 국민 환자들을 접수를 본인이 스스로 하고, 예약도 스스로 잡으며, 약도 알아서 나간다. 그리고 돈도 보통 먼저 지불한다. 외국인 환자들에게는 이 과정들이 생략된다. 

 외국인 환자들은 원무과에 들려 접수를 하지 않으며, 예약도 직접 잡지 않고 우리를 통해 하며, 약도 우리가 원내나 원외에서 타다 준다. 그리고 돈은 가장 마지막에 모든 서비스가 끝나면 우리가 만들어 준 영문 영수증을 가지고 원무과에 가서 수납을 한다. 보험의 커버리지 (coverage: 커버되는 비율)에 따라 돈을 다 내는 사람과 돈을 하나도 내지 않는 사람까지 다양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3~4명이서 10에서 20명 정도의 환자를 보기 위해 당연히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며 협업도 필요하고 영어실력은 필수이다. 나는 이 일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원무과 일 조금, 외래 간호 일 조금, 행정 부서일 조금씩 더해져서 세 가지 일이 융합된 의료코디네이터."

 그래서 누군가 "국제진료센터에서 무슨 일 했어요? 뭐하는 곳이에요?"라고 묻는다면,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조금 어렵다. 그냥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서 통역부터 보험 청구까지 크고 작은 일을 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통역하느라 말도 많이 하고,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쓰느라 머리를 쥐어짜야 하고, 외래부서에 가서 통역하고, 원무과와 협력하고, 입원하면 병동에도 올라가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온콜 당직인 날에는 전화기 붙잡고 잠에 들다가 새벽에 응급실에서 전화 오거나 주말에 전화 오면 받아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 환자 특유의 컴플레인을 잘 들어줘야 하고, 국민보험과 달리 보험 종류와 커버리지가 다 다른 환자들의 보험을 하나하나 보험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험 조회를 해야 한다. 

 

 낯선 보험용어, 우리가 아는 것과 꽤 많이 다른 의학용어 발음, 수화기 넘어 전 세계 각지에서 들려오는 영어 발음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영어권의 문화, attitude, small talk에도 적응해야 한다. 

 나는 가끔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국제진료센터로 들어가는 문 하나 사이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들어가자마자 전혀 다른 인종들과 언어들이 들려온다. 

 익숙해진 이국적임, 일상이 돼서 정겹기까지 하다.  


<마무리 글>

 오늘은 '국제진료센터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보았습니다. 다음 글은 국제진료센터에서 일하면서 느낀 장점과 단점에 대해 나눌 생각입니다. 부족한 글솜씨로 열심히 적어보았는데 제대로 감이 오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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