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지는 법을 가르치다

_지고도 평온할 수 있는 이유

by 조안나

반 아이들의 재능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가져 주신 담임선생님 덕분에 모￰르고 지나칠 뻔한 그림대회에 도전한 일이 있다. 마침 체험학습을 내고 있던 터라 등교하지 않았음에도 선생님께서 딸아이의 그림 재능에 대해 기억하고 계셔서 공모전 소식을 알려 주셨다. 사실 학부모 상담에서 내가 선생님께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을 했던 부분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 주신 점도 있다. 나의 경우 선생님들을 신뢰하는 마음이 크다. 아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선 선생님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기에 아이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나아져야 할 부분까지도 공유한다.


첫 공모전 도전에서 최우수상 수상은 선생님을 향한 믿음과 관심의 마음이 만들어 낸 결과라 해도 좋다. 여행 중에 그림을 그려 응모하고 그해 최우수상을 받은 일은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첫 공모전 도전에 최우수상￳이라니 운이 좋았던 면도 있다. 그 무렵 K드라마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드라마 안에서 나온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멘트에 착안하여 감귤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제목을 달아 출품했다.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던 때라 미술 기법은 보이지 않았지만 2학년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감귤밭에서 노는 풍경은 그 시기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져 최우수상이 되었고 신문에도 실리게 되었다. 그후로 매년 그림대회에 응모했는데 실력은 더 좋아졌음에도 입상 소식이 없는 거였다. 작품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을 보아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 많았다. 누가 봐도 고개를 갸우뚱 할 만큼 심사 결과에 의구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아이에게 드러내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어느 대회이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게 마련이고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점수도 갈리는데 자기 기준으로 다른 그림을 평가하고 심사의 공￸정하지 못함에 불만을 가져 그림까지 흥미를 잃게 될까 우려되는 마음이 생겼다.


실제로 MVP로 촉망받는 고교 야구선수가 특기자 입학 전형에서 탈락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이 합격한 일이 2021년에 있었다. 감독에게 5천만 원을 주고 K 대학교에 합격한 일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장래가 창창한 그 학생이었을 것이다. 들리는 소문으로 그 학생은그 일로 야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공정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공￸정하지 못한 심사가 넘쳐나는 부조리한 세상￳을 그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주어야 하는 것에 책무를 느끼는 어른들은 얼마나 될까? 속상한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재밌어 하는 야구를 그만두었을까.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 감정을 해소했다면 또는 더 이상 이런 부조리함을 없￸게 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는 없￸었을까.


야구 천재나 다름없던 한 고등학생이 사회의 부조리에 큰 실망을 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게 될 때까지￶ 아무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기만 했다. 평가나 심사를 받아들이는 마음까지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다. 부당한 평가나 심사 결과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인 한 선수가 있다.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자국의 선수에게 편파 판정한 일로 금메달을 뺏긴 김연아 선수다. 김연아 선수는그 불공정한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딸아이와 수상작품집을 함께 보는데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 자주 눈에 보였다. 장려상을 받은 것이 이상할 만큼 그림 실력은 정말 꽝이었고 그것이 어린 딸의 눈에도 보였나 보다.


“솔직￷히 이 그림은 좀 이해가 안 가요.”

“엄마도 그렇게 보이네. 심사가 공정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결과에 대해선 받아들여야지.

중요한 건 네가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너의 그림이 부족한 게 아니라는 거야.”


나는 내 아이가 좀 더 건강하고 현명한 방법으로 부조리함을 이겨내고 힘을 기르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실히 실력을갈고 닦는다면 언젠가 자기 차례가 돌아올 것이므로.


#엄마표집미술로미술좋아하는아이로이끄는과정 #감귤박물관심사공정성 #제주도미술협회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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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블루아트페어최연소초대작가 #디자이너화가를꿈꾸는김서윤어린이

#미술계의아이유김서윤어린이 #김서윤어린이_가톨릭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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