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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 무장 경찰 Nov 21. 2023

음주운전 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다.

음주운전에 단속에 대한 현직 경찰관의 생각

음주운전은 심각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범죄이다. 나는 11년의 경찰 생활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망하거나 큰 사고당한 사람을 여럿 마주했다.


음주운전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단순 음주

-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은 주로 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관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음주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하거나,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 운전자에게 술냄새가 나는 경우, 112  신고를 통해 지구대 경찰관이 단속하기도 한다.







최근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에 대한 법원 항소심 판례가 공개됐다.


요지는, 이미 음주 운전자를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나오라고 한 뒤 단속한 경우이다.

당시 측정 요구에 불응한 운전자를 결국 음주측정불응죄로 체포하였는데 무죄로 판결했다.



경찰이 위법한 체포를 했다고 했는데, 1심과 2심의 무죄판결 이유가 다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1심의 재판부는,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운전자를 불러낸 것이 위법이라 하였다.


2심의 재판부는,

신분을 감춘 건 위법이 아닐지라도, 체포 당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 하였다.




체포 당시 미란다원칙 고지하지 않았다면 법원의 판결이 당연히 맞다.

그러나 신분을 감추고 운전자를 불러낸 행위가 잘못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 나의 사례를 들어보면,


신고자의 진술과 현장 정황을 통해 음주운전 의심이 강력하게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차량에 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했고, 운전자와 통화했다. 그는 집에 있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음주 측정은 하지 못했다.


범인의 경우 자신의 행위를 감추려고 하는데 경찰이라는 신분을 밝힌다면 바보 아닌 이상 누가 나올까?


몇 년 전에는 특수절도 피의자를 그의 집에서 긴급체포 했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 소탕을 위해 체포영장 받아 집행한 적이 있다.

나의 신분을 문 앞에서 이야기하면 듣는 즉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나는 택배 직원이라 말하고 절도 피의자를 검거했다. 옆집 사람이라 말하고 문을 열면 들어가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 또한 체포했었다.


법원의 이러한 판결이 점점 일반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신분 밝히지 않은 행위가 위법이 되는 걸까?



이제 음주운전자는 현장에서 이탈하고 안전한 집에 있으면 그만이다.

체포 영장 발부된 사람까지 확대된다면 검거해야 할 사람을 영영 검거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생길 수 있다.



시민들은 종종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 더욱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오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음주 운전 단속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는 음주 운전 단속 사건에 있어 경찰은 신고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운전자가 집에 들어가 나오질 않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속하지 못해요." 그리고,


"우린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우릴 탓하지 말아 주세요."




최근 뉴스에 공개된 음주운전 단속 사건 항소심 판결을 보고 저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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