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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에 빠진 날.

사람사이. 오랜만에 차 안 데이트

by 샤이니


새벽에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장맛비속에 남부지방에서는 수해 피해로 사망사고와 이재민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중부지방이 호우주의보다.


장을 보기 위해 마트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하늘이 구멍이라도 난 듯 양동이로 쏟아붓는 듯한 빗줄기에 " 아~너무 좋다!" 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어렸을 적 양철 지붕 위로 떨어지는 소리처럼 시원하고 경쾌하게 들린다며 오랜만에 들어 보는데 조금만 차에 앉아 있다 내리잖다.


바쁠 일도 없고 해서 모처럼만의 차 안에서 데이트네! 하면서 라디오를 켜니 신청곡으로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라며 신승훈의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를 들려준다 신승훈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피아노 소리, 차 창을 때리는 빗소리까지 함께 만들어낸 훌륭한 앙상블 그 자체였다.


한참을 취해 있다 보니 예전에 똑같은 추억이 되살아 났다.


생각해 보니 아주 오래전에도 차에서 비 오는 소리가 너무 좋다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집에 안 들어간 적이 있었다. 직업과는 상반되는 10대 소년 같은 감성이 남아있는 남편이 다시 보였다. 너무 바쁘게 사느라 자기 내면의 세계를 드러내 보일 시간도 없이 숨 쉴 여유도 없이 2.30대를 살아왔다. 그 시절 우리네 남편들 아빠들은 모두가 바쁘게 억척스레 일만 하며 가족과 집안일은 모르고 살던 시대였다.





처음은 40대 감성이었지만 벌써 70대 중반인데 아직도 이 사람에게 십 대 소년 같은 감성이 남아있구나 싶은 게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함이 몰려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몸은 나이를 먹었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마음도 늙었는데 본인만 모른다고 핀잔을 줬던 말들이 무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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