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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시작, 여름방학 끝.

사람사이. 손녀들의 방학.

by 샤이니


내일부터 여름방학이 끝나니까 학교 개학 전에 할머니집에 가려고 출발했어요!. 하는 손녀의 전화에 하던 일 만사 다 제치고 바빠졌다.

여름방학 시작하는 날에도 똑같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 낮에는 일사병 위험 때문에 일을 하지 말라는 안전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으로 날아온다. 그리고 마을 보건소에서 , 이장님께서도 방송으로 몇 차례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어르신이 고추 수확하다 쓰러져 돌아가신 지 며칠전일이다. 매년 한분씩 일사병으로 돌아가신다. 작년에도 서울에서 내려오신 교장선생님이 정년퇴임 후 블루베리 농장을 시작하신 지 2년 만에 수확하시다 돌아가셨다.


아침저녁 시원한 시간에 일을 해야 능률도 오르고 일사병도 피할 수 있으니 모처럼 텃밭에 간 김에 그곳에서 자고 오기로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아들내외와 손녀까지 출발했다 한다.


할아버지도 손녀와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전날 장을 보면서 우리 손녀들이 주말에 오지 않으려나 하며 애들이 좋아하는 과일들을 장바구니에 담았었다.


나는 애들한테 부담되니 전화는 하지 맙시다! 올 수 있음 연락 올 거니까 했는데 어쩜 기특하게도 개학하면 할머니댁에 자주 못 갈 거 같아서 가는 거예요! 한다. 이심전심 마음이 통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전화를 끊는 순간부터 텃밭 일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자동차 핸들도 주인의 마음을 아는 양 신이 나 보인다. 며칠 전에 봤지만 볼 때마다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다.


어느새 키는 할머니 머리 위를 훌쩍 넘어 커버렸는데 지금도 뛰어오며 껴안고

매달린다. 그 와중에 힘에 밀려 할머니가 넘어질까 봐 마지막엔 한 탬포 늦춰 뛰는 센스까지 보여준다. 한동안 꼼짝도 않고 자석처럼 붙어 서로의 등을 토닥이고 있으면 결국에는 뒤에서 한마디 날아온다.


다음 차례라며 뒤에서 팔 벌리고 대기하던 할아버지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한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2 손녀나 고2 손녀도 스스럼없이 할아버지에게 안기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할아버지 품에 안기는 순수하고 예쁜 손녀들로 남아주길 기도해 본다.





어느샌가 며느리도 팔 벌리고 대기한다.백 마디 말보다 한번 안아주는 것 만으로도 서로의 마음 모든 게 전달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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