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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결혼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할 거야?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많이도 던진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한 사람은 '무슨 소리야? 절대 안 하지, 징그럽게 살아 봤는데' 또 다른 이는 진지하게 '그럼 당근하죠 우리의 사랑은 식지 않아요 꼭 이 사람과 할 거예요' 하는 얘기들을 티브이 프로에서 여러 번 본 것 같다

상대방의 생각은 들어 보기도 전에 일방적 선언 같은 말이다. 다시 또 결혼하여 같이 살겠다면 상대방은 물론 기뻐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고 내 말이, 한 번 살아 봤는데 다른 사람 하고도 살아봐야지' '아 나는 다시 결혼해도 이 사람하고 꼭 하고 싶어요' 하는 속마음은 서로 다를 텐데 말이다

질문의 속내는 너희들이 사이가 얼마나 좋겠어? 하는 비아냥과 진정 사랑스러워 보이는 부부를 은근히 질투하는 마음이 섞여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각 자의 성격과 인성이 만들어진 두 사람이 서로 맞춰 평생을 산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릴 적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못해 봤을 때부터 생각해 봤다. 어떻게 한 사람과 수십 년 평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의문도 가졌었지만 보수적인 성격의 나 자신은 한번 정한 결혼은 백년해로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나의 마음이었다.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의 결정과 뭐든지 서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현실과 만남으로 벽에 부딪치고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면 마음의 어딘가에 조용히 상처로 쌓여간다.

살면서 주위를 보면 나와 가까운 사람들 중에도 헤어짐과 또 다른 만남을 반복하는 지인도 있고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남처럼 간신히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도 참 많이 봤다

젊어 피 끓는 청춘 시절에 만난 남녀는 눈꺼풀에 뭐가 씌었는지 정신 못 차리고 물불 안 가리며 좋아 죽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고 결혼 전 이 사람 저 사람 만남을 취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혼하고 불과 얼마 안 지나 콩깍지가 벗겨지고 상대방의 안 좋고 나쁜 습관이나 버릇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되고 혼란의 시기가 찾아온다.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은 그런 권태기? 정도의 과정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성격 유형이 비슷한 게 좋다는 설과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이 만나야 보완이 되면 길게 갈 수 있다는 설이 있다

어떤 것이 더 좋다는 하는 것은 허무한 소리다. 사람이 서로 만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양보와 배려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비슷한 사람이 부딪치면 훨씬 깨짐의 강도가 센 법이고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은 아예 부딪치는 것이 싫어 말을 안 하고 서로 피한다

부모님 세대의 분들은 그냥 정으로 살아간다고들 한다. 우리 세대에 들어서면서 이혼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좋으면 좋은 대로 다투면 다투는 대로 꾸역꾸역 살아간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늦은 나이에 하면서도 또 이혼은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우리와는 많이 세상이 달라졌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다시 태어나도 같은 사람과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은, 단지 대답만으로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다.

각자의 삶, 기억, 상처,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르니까.

나는 혼자 가끔 생각해 본다. 과연 나는 다음 생에 지금의 아내와 만나면 다시 결혼을 할 것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나를 믿고 선택하여 성질 까다로운 나 곁에 묵묵히 있어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못해줬던 항상 머릿속에서만 그려왔던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다음 생에 만나면 꼭 반드시 갚아주고 싶기 때문에 결혼을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아내를 자유롭게 놔주고 싶다 아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눈물을 머금고 보내주고 싶다

눈곱만큼의 장점 위에 크고 넓은 단점 만으로 뒤덮인 나를 안아주고 이해 해준 당신은,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다. 나 보다 훨씬 잘나고 능력 있고 당신을 더욱더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꼭 만나라고 하며 아내의 앞 날을 축복해 주고 싶다

두 가지의 마음이 서로 부딪히며 갈등하지만 이적 결론은 못 내리겠다. 아내의 생각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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