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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지휘

자연과 하나 되다

마음속의 지휘

한때 열심히 다니던 등산.
심장에 약간의 무리가 생기고 나서
그만둔 지도 벌써 7년이 넘은 듯하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서쪽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기대어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상상의 지휘자가 되어 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지휘봉을 들었다
잔잔하게 시작할까?
아니면 처음부터 격정적인 음으로 몰아볼까?

조심스레 손을 들어 올렸다.
지휘를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서 음악이 흐른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로 첫 악장이 열리고
지휘봉은 나무 위 새를 향해 움직인다.
새는 기쁘게 지저귀고,
지나가는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어
자연의 배경음을 깔아준다.

산을 오를 때의 거친 숨소리는

스타카토처럼 머릿속에 음표를 찍어 넣고
타박타박 내딛던 발소리는
일정한 리듬으로 악장을 채워간다.

강해지는 바람은 파도 같은 비트를 만들어내고
그 소리는 이내 가슴 벅찬 하모니로 번진다.

이 순간,
나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부럽지 않다.

드뷔시의 파도치는 바다도
생상스의 오르간 소리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음률도
쇼팽의 녹턴도
베토벤의 합창도
나의 오케스트라보다 못하리라

이 감동과 희열의 순간은
악보도 없는
꿈속의 세계다

나는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가슴으로, 머리로
웅장한 교향곡을 만든다

그리고 내 마음은
지금도 그 산속에서
나만의 음악을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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