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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거리

이방인은 없다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예전엔 글을 쓰거나 얘기를 할 때 '국가와 민족'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민족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색한 사회가 되어 버렸고

'韓민족' '백의민족' '배달의 민족' '단일민족'과 같은 민족이라는 단어를 여기저기 많이 사용하였지만

요즘은 단일민족이 아닌 다민족 국가, 다문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그 시간에 편승해 변화해 간다. 그 시간이 점점 빠르게 빠르게 흐르고 변한다


내가 어린 시절, 외국인은 말 그대로 '외국인'이었다. 그들을 실제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고,

드물게 봐도 대부분 미군 군인이었다. 낯선 얼굴, 다른 피부색,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와 어쩌다 한국말처럼 들려도 어눌하게 들리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다문화’라는 말은커녕,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이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서서히 변해갔다. 어느 순간부터 외국인들이 한국 예능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고,

더듬더듬 한국말을 하며 특유의 유쾌함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수다’, ‘비정상회담’은 그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었고 그때의 출연자들 중. 그들은 패널을 넘어 주인공이 되었고, 시청자들은 점차 그들을 외인이 아닌 이웃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만큼이나 우라 나라의 사람들도 외국에 진출하여 삶을 영위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정착하였고 요즘은 다시

대한민국으로 역이민 오는 시절이 되었다


한참 경제 성장의 기치를 높이 들던 시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으로 많이도 나갔다.

미국, 유럽, 일본, 심지어 동남아까지, 공부를 위해,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힘겹게 삶을 꾸려갔다. 그렇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경제활동을 하던 시절, ‘아메리카 드림’이 아니라 ‘생존의 드림’을 꾸며야 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들의 눈물 나는 삶의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은 더 이상 외국을 바라보는 나라가 아니다.


K-pop, K-드라마, K-문화는 전 세계를 흔들고 있고, 이제는 세계의 청년들이 한국을 꿈꾼다.

관광객뿐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벌고 삶을 꾸리기 위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MG세대 청춘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며, 유튜브에서는 한국을 알리는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이 넘쳐난다.

외국인이 메인 MC가 되는 시대, 외국인이 한국어로 뉴스를 전하고, 개그를 하고,

한국을 ‘자기 나라’처럼 소개하는 시대가 되었다.

경복궁에는 한복 입은 외국인이 넘쳐난다.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현대적인 빌딩과 문화유산 궁궐이 공존하는 세상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도심 복판의 물이 흐르는 인공 천을 품고 사는 대한민국을 부러워하는 관광 온 외국인이 넘쳐난다

도심을 떠나 시골 곳곳에도 외인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국가 경제발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역사는 정말 돌고 돈다는 말이 실감 난다. 대한민국이 그만큼 달라진 것이다.

낯선 얼굴이 익숙한 이웃이 되기까지, 우리는 참 먼 길을 돌아왔고, 이제는 우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세계는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 한국이라는 작은 땅 위에서 세계가 함께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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