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기록
어린 시절, 일기란 건 방학 숙제이거나 선생님과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써야 했던 것이었다.
그림일기를 그리기도 하고, 그냥 하루를 적기도 했지만, 사실 별다른 할 말도 없었다.
뭘 쓰라는 건지 모르겠는데도 자꾸 쓰라고 하니까, 답답한 마음에 억지로 끄적인 기억뿐이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썼는지,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른이 된 뒤에도
가끔은 ‘이젠 나의 기록을 남겨야지’ 하고 끄적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못 가 잊혀 버리기 일쑤였다.
세월이 흘러도, 일기라는 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하루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감정으로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글로 남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왜냐고?
해봤으니까, 안다.
그냥 하루하루,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다.
글이라고 하기엔 머쓱하지만,
조금씩이라도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 마음속에서 흘러가던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사소한 감정 하나, 지나가는 순간 하나에도
이름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나의 일상이, 조용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사실 글이라고 쓰기 시작한 동기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 멋지고 아름답고 순간의 장면을 남기고 싶을 때
사진을 찍는 게 습관이 되었다
멋진 하늘과 구름,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 길거리의 온갖 생활 풍경들
계절이 바뀜에 변화하는 시각적 요소들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한 장 한 장에 코멘트를 남기기 시작한 게 글을 쓰게 된 동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좋았던 것은 우리 두 딸이 커가는 모습을 남기는 순간들이 가장 아름다웠고 좋았다
그러나 그들이 자라면서 아빠에게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엄마의 행동을 똑같이 하곤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얼굴을 돌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어쩔 수 없이 그 들이 올리는 sns의 사진을 허락도 없이 캡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들을 기록해 나갔다
‘굳이 일기라고 부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때그때 떠오르는 순간적인 감정들, 스치는 느낌들을
그저 기록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글이라고 하긴 아직 머쓱하지만,
그렇게 나는 조심스레 나만의 기록을 짧게 짧게 남기기 시작했다.
매일 쓰진 못했지만,
내 눈에 들어온 풍경과 마음에 스친 감정들,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들을 하나씩 글로 표현해 나갔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건 지난 시간을 꺼내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아 이때 이런 일이? 그때 그 시간 이런 감정이었구나
더듬어 보며 나의 흘러간 인생을 울며 웃으며 추억한다